[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한동안 한국축구의 측면 수비는 선발 명단을 작성할 때 가장 자신있게 채우던 포지션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든 수비수 포지션임에도 '좌(이)영표-우(송)종국'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았던 것이 한국의 측면 수비였다. 이후에도 대표팀은 차두리라는 걸출한 측면 수비수가 장시간 버텨주면서 10년 넘게 고민 없이 측면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영표와 차두리가 떠나고 고민이 시작되더니 아직도 마땅한 대체자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잠시나마 왼쪽 자리에 박주호(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 홍철(수원)과 같은 새로운 요원이 등장해 바람을 일으켰지만 확실한 대안은 아니었다. 2016년 첫 A매치를 마친 한국축구의 최대 고민이 측면 수비가 된 이유다.
사실 왼쪽 수비수에 대한 우려는 이번 A매치 이전부터 언급됐다. 지난해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서 주전으로 뛰었던 박주호와 김진수가 소속팀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 계기였다. 그래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보여준 활약에 대한 보답으로 재발탁했지만 "뽑아선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을 덧붙여 답답한 속내를 에둘러 전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레바논전에 나섰던 김진수와 태국전을 뛴 박주호는 경기 감각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기력 저하가 눈에 보일 정도라 슈틸리케 감독마저 이들을 콕집어 불만족스러운 입장을 분명하게 전할 정도였다.
한쪽이 풀리지 않으면 반대편에서 해법을 찾아야 했지만 A대표팀은 차두리 은퇴 이후 오른쪽 풀백도 성에 차지 않는다. 여러 선수를 실험하다 최근에는 전문 자원이 아닌 센터백 출신의 장현수(광저우부리)로 문제 해결을 하는 상황이다. 좌우 풀백이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약체로 평가받는 레바논, 태국에 1-0 신승으로 이어졌다.
벌써 문제점이 도드라진 가운데 9월부터 대표팀은 지금보다 강한 상대와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다. 당연히 좌우 수비의 허술함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못 뛰는 해외파가 빨리 개인적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해법을 찾길 당부하느라 바빴다.
풀백 문제는 A대표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서 메달 획득을 노리는 신태용호도 풀백들의 경기력이 내려가면서 고민에 빠졌다. 알제리와 2연전을 모두 승리했지만 좌우 수비수로 나선 심상민(서울), 이슬찬(전남)의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들을 위협해야 할 박동진(광주), 구현준(부산)마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우려를 안겼다.
더구나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팀의 전술 색채를 풀백에 두고 있다. 팔색조 전술 변화의 핵심은 측면이고 공수 밸런스의 중책을 맡은 이들이 풀백인 셈이다. 신 감독은 "우리의 축구는 풀백이 풀어가는 것인데 심상민과 이슬찬이 제몫을 해주지 못했다. 정말 아쉬움이 남는다"고 숙제를 정의했다.
올림픽팀 풀백의 근본적인 문제도 경기 출전에 있다. 심상민과 이슬찬 모두 소속팀서 주전 경쟁서 밀려 시즌이 개막하고도 아직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A대표팀 선배가 흔들리는 마당에 미래가 되어줘야 할 자원들마저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한국축구의 측면이 텅 빈 느낌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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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