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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동주'를 본 당신이 기억하게 될 이름 (인터뷰)

기사입력 2016.03.15 21:05 / 기사수정 2016.03.15 21:28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를 본 이들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집중하게 되는 이름이 있다.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연기한 배우 박정민이 그 주인공이다.

'파수꾼'(2011)과 '신촌좀비만화'(2014), 지난 해 개봉한 '오피스'를 비롯한 영화는 물론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등 다양한 작품으로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박정민은 충무로에서는 이미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소문이 자자했던 인물. 조금 느리지만, 꾸준했던 행보는 지금의 '동주'와 송몽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돌아왔다.

개봉 전부터 뜨거웠던 '동주'에 대한 관심. 어느덧 영화 촬영을 한 지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박정민은 "영화하면서 많이 변했어요"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앞선 언론시사회에서 "일제시대 때 그 분들의 마음과 한의 크기를 잘 모르겠다"며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얘기했었던 박정민은 '동주'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도 죄송스럽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하루하루 생각이 달라지는 것도 있고, 정리되는 것도 있고요. 그렇게 배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박정민이 '동주'에 캐스팅 된 후 중국 북간도를 직접 방문해 송몽규의 생가와 묘를 찾아갔다는 사실은 개봉 전부터 알려졌던 이야기다. 그렇게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동주'를 함께 하게 됐지만, 송몽규라는 인물에 다가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그 시대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남아있는 기록들인 활자에 기댈 수밖에 없잖아요. 일단 '윤동주 평전'을 보면서 시대상을 살펴봤죠. 또 송몽규 선생님께서 공부하셨던 사상들, 왜 이 사상을 선택했는지 알아야 하니까 사상서도 찾아 읽었고요. '왜 이런 선택을 하셨을까'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1917년 같은 해에 태어난 고종사촌 지간인 송몽규와 윤동주는 1945년 눈을 감기까지 평생을 서로의 벗이자, 라이벌로 함께 했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연희전문학교를 지나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뒤에도 각각 시 쓰기와 독립운동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함께 아파한다.

송몽규는 글 실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극 초반 송몽규가 꽁트 '술가락'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그것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윤동주의 모습에서 이들 관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몽규가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미안한 마음에 동주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죠. 늘 시를 썼던 동주보다, 그냥 써서 냈는데 신춘문예에 당선이 된 몽규. 그 둘 사이의 서로 다른 마음. 동주의 반응과 또 그런 동주에 대한 몽규의 마음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던 체력적인 고충도 있었다. 실제 박정민은 형무소에서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을 연기하던 중 안압이 높아져 눈의 핏줄이 터지기도 했다. 최대한 홀쭉해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3일 동안 물과 밥을 먹지 않으며 감정에 몰입하고자 했다.

"아버지가 면회 오시는 그 장면을 보면 실제로 얼굴이랑 눈이 부어있어요. 몸이 곯아있으니까 사고가 났던 거죠. 그때 백반증 분장 때문에 얼굴에 화학약품이 묻어있었거든요. 안압이 높아지면서 핏줄이 다 올라오고 눈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하는데, 손으로 눈을 닦으면서 '한 번만 다시 해요'라고 했었어요. 그때 각막이 찢어져서, 눈을 감아도 아프고 떠도 아프게 된 거죠. 살이 찢어졌을 때와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다음 날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고,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요."

송몽규와 윤동주의 아버지는 김정석과 최홍일이 각각 연기했다. 동주는 죽었고, 자신도 오래 살지는 못한다며 제가 죽거든 뼛조각 하나 일본 땅에 남기지 말라고 절절하게 말하는 장면. 박정민은 이 신을 촬영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김정석과 최홍일에게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했다.

"동주의 죽음을 전하고, 자신도 오래 살지 못한다고 말하는 몽규에게 몽규 아버지가 '버티라'고 말하죠. 그 말은 대본에 없던 말이었어요. 선배님이 순간 하셨던 말이었죠. 제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자극이 훅 들어온 건데, 그 말을 듣고 정말 많이 슬펐었어요. 윤동주, 송몽규 캐릭터가 형성되는 데는 선배님들의 도움이 지대했죠. 동주 아버지는 동주에게 굉장히 엄격한데, 또 몽규 아버지는 몽규에게 그렇게 엄격하시진 않잖아요. 그러니까 윤동주는 내성적인 사람이 되고 송몽규는 조금 활동적인 사람이 된 거죠. (장면 속에서) 그런 것들이 보이니까. 고마웠어요."

영화에서는 윤동주가 일본군에게 강제로 삭발을 당한다. 박정민 역시 머리카락을 깎았다. 형무소 장면에서는 삭발을 한 박정민의 모습이 비쳐진다. "빨리 깎고 싶었어요"라고 웃은 박정민은 "예전에 삭발을 몇 번 해봤었거든요. (강)하늘이는 처음 해 봤대요. 저는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어요"라고 털어놓았다.

'동주'를 촬영하던 매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일본어 대사가 꽤 많아 이 역시 공부해야 했다. 박정민은 함께 고생한 강하늘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대사로 인해 느꼈던 고충을 함께 전했다.

"일본어는 물론이고, '인민'이나 '요식행위'같은 것처럼 안 쓰는 말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런 것들이 듣는 사람에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선 나부터 어려우니까요. 아마 (강)하늘이도 어려웠을 거예요. 연전에서 저랑 막 싸울 때, 진짜 어려운 대사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어요."

송몽규는 일본 특고 형사들에게 체포되기 전, 한인유학생들을 모아 일본에 대항할 것을 주장한다. 유학생들을 향해 "일본군 총받이가 돼 개죽음 당하고 싶은 사람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서는 비장미와 함께 송몽규의 강건한 성격이 느껴진다.

"작전을 성공하려고 했던 사람이니까요. 그 장면의 대사가 굉장히 긴데, 이 말이 어떤 말인지를 알아야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알고 말하는 것과, 그냥 대사를 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대사에 나오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생긴 영향이나 효과들을 공부했어요. 그 당시 돌아가는 세계정세는 송몽규 선생님도 당연히 정보를 입수하고 공부하셨겠죠. 그래서 저도 저 나름대로의 지도를 그려놓고 공부를 한 거예요. 내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져야 보지 않고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동주' 촬영을 마쳤고, 영화는 지난 달 17일 세상의 빛을 봤다. 작품은 14일까지 104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꾸준히 상영 중이다.

'동주'를 만나기 전의 박정민과, 그 후의 박정민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그는 "참 아픈 시대였다"라고 얘기했다.

"불과 70년 전이예요. 지금 100살이신 분은 실제 겪었던 일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먼 역사보다 지금의 이 가까운 역사를 더 몰라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역사인데 말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됐는데, 11년이 지나서야 그걸 알게 됐어요. 그 때가 얼마나 화나는 시대였는지, 그래서 학생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박정민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송몽규를 연기한 배우에 이름을 남겼다. 무거운 책임감이 함께 했던 모든 순간. 이는 비단 '동주'를 촬영했을 때 뿐 만이 아닌, 앞으로 연기의 길을 꾸준히 걸어갈 '배우 박정민'에게도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다잡는 계기가 된 시간들이었다.

"송몽규 선생님을 영화에서 제가 처음으로 소개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있어서 책임감 같은 게 있어요. 물론 책임감을 갖고 연기한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고 압박이죠. '동주'를 통해 송몽규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어떤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연기했다면, 앞으로 제가 다른 연기를 할 때는, 그냥 재밌는 코미디영화라도 나름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박정민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바쁘게 흘러갈 그의 2016년. 카메라가 돌아가고 연기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캐릭터,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박정민의 다부진 각오가 발현될 매 작품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유난히 더 즐거워질 것 같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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