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프로라면 팬들의 정당한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말 그대로 '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인신 공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BO리그의 스타 플레이어 중 한명인 A는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 언젠가 한번 이유를 물었더니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유명 선수인 B도 비슷한 이유로 인터뷰를 꺼린다. "내 기사가 나가면 여지없이 심한 댓글이 달린다. 그런 사람들을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쓰이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예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모든 선수들이 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일부는 확고했다.
또다른 구기 종목의 스타 플레이어인 C는 취재진이 모여있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부상 관련 질문이 나오자 표정을 굳히며 "전혀 아프지 않다. 부상과 관련된 이야기는 빼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인터뷰 분위기도 좋았고, 다른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조금 의아했다. C가 속한 구단의 홍보팀 관계자는 "C 선수가 최근 악플에 민감해져있는 상태다. 가벼운 부상이어도, 부상 이야기가 나오면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이 욕을 하면서 '핑계대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기사화하지 않아주십사 바라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감독의 경우 더욱 심하다. 보통 팀 성적 전체에 대한 비난이 감독에게 향하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을 수록 비난 수위가 도를 넘는다. D 감독은 "인터넷으로 기사를 볼 때 아예 댓글창쪽은 보지 않고 화면을 끈다"고 말했다. 대부분 50세를 넘긴 중년에,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E 감독은 "연패 중일 때는 어떻게들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장문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신다"며 껄껄 웃었지만 당연히 그 문자 메시지 내용의 대부분은 '욕'이다.
물론 정당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팬들의 비난도 대부분 애정에서 기반된 것임을 이들도 알고있다. 또 예전에도 이런 일들은 있었다. 팀의 패배에 분노한 팬들이 선수들이 가는 통로를 막고 욕을 하거나 그라운드 내로 이물질을 투척하는 사례 등은 지금보다 예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80년대, 90년대 초반 프로야구선수로 뛰었던 베테랑들은 대부분 그 시절의 분위기를 "험악했다"고 하면서도 팬들의 정(情)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는 글 중에는 제 3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근거 없이 모욕적인 내용도 있다. 선수로서의 경기력 외에 가족, 연인 등을 언급한 내용들은 재고의 여지 없이 '악성'이다.
최근 한 네티즌의 피소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해당 네티즌은 오랜 시간 박병호에게 인신 공격을 퍼부어온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앞으로 그가 어떤 제재를 받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나친 모욕을 더이상 두고 보고 있지 않겠다는 구단측의 강한 경고 메시지가 전달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행보다.
악플도 프로 선수의 숙명일까. 한번 더 생각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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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