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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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 '대학로의 아이돌' 넘어 믿고 보는 배우로(인터뷰)

기사입력 2015.12.23 11:41 / 기사수정 2015.12.23 13:32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대학로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언급하자 쑥스러워했다. 말이 많이 없고 신중해 주위에서 애 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미소 짓는다. 실제로는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고 열정적이다. 배우 전성우(27) 이야기다.

전성우는 연극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자폐증을 앓는 15세 크리스토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친구였던 개 웰링턴의 죽음과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안 뒤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향하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조명이 켜지자 눈빛과 표정이 달라진다. 표현이 만만치 않은 자폐 소년 크리스토퍼와 한 몸이 된다. 자폐 소년을 연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성우는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자폐라는 게 정해진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자폐 안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에 속하는 아이라는 점에 중점을 뒀어요. 가장 특징적인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죠. 이 아이의 기본적인 성향과 접목해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칫 어설프게 연기하다가는 몰입을 깰 수 있는 역할인데, 표정과 제스처, 대사톤, 입모양까지 집중력 있게 연기한다. 16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 많은 대사량을 소화한다. 따라가기 벅찰 듯 하지만 크리스토퍼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거울을 보면서 많이 연습했어요. 억양은 만든 것도 있고 일반적인 걸 생각하기도 했죠. 일반적이게 보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책도 봤고 ‘내 이름은 칸’, ‘네이든’과 ‘템플 그렌딘’이라는 영화도 재밌게 봤어요.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지만 특징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려 했어요.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르긴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참고했죠.”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에서 고심의 흔적과 애정이 묻어난다. 사실 크리스토퍼는 움직임도 많고 시종 소리도 질러야 해 체력과 정신적 소모가 큰 캐릭터다. 게다가 커튼콜 후 수학 문제 풀이까지, 굉장한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런 만큼 도전해보고 싶은 인물이었을 터다.

“웨스트엔드에서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한국에서 올리기 전부터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너무 궁금해서 영국에서 직접 보기도 했고요. 굉장히 재밌게 봐서 무대, 연출, 배우들 무엇 하나 뺄 수 없이 너무 좋았어요. 3시간 동안 1초도 안 쉬는 크리스토퍼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죠. 손끝 발끝이 다 살아있더라고요. 누구나 한 번쯤 좌절할 때가 있잖아요.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크리스토퍼가 물음을 갖고 한발 내딛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행동이 다르다고 해서 틀리게 보는 생각도 바뀌었으면 하고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은 크리스토퍼 뿐 아니라 전성우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연극 뮤지컬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비단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해 ‘화랑’, ‘스프링 어웨이크닝’, ‘여신님이 보고 계셔’, ‘쓰릴 미’, ‘블랙메리포핀스’, ‘M.Butterfly’, ‘데스트랩’, ‘베어 더 뮤지컬’ 등을 거치며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어떤 작품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최근에는 브라운관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성균관 내 비밀모임인 맹자 강동모임의 일원인 유생 역할로 등장해 안방 신고식을 치렀다.

"감독님이 공연을 많이 보시는 분이어서 공연계에 있는 선배들이 많이 나왔어요. 작은 역할이지만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 지방 촬영인데도 감독님 덕분에 편하게 했어요. 사실 (영상) 매체 쪽을 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예전에는 자신이 많이 없었는데 이젠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같은 장르여도 무대와 매체에서 보이는 연기는 다르니까요."

연극, 뮤지컬, 드라마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전성우는 30대에도 변함없이 발전하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그는 내년에 30살이 된다. 20대에는 한 길을 바쁘게 걸어왔다면, 30대에는 또 다른 배우 전성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20대에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30대에는 더 노력하려고요. 이제는 정말 느낌이 달라요. 나이에 대한 체감은 많이 하진 않지만 나이에 맞는 책임감은 생겼어요. 철없는 이미지나 풋풋한 느낌으로 많이 보는데 그런 걸 바꿔야 될 것 같아요. 30대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발전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크다 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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