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289개와 797개. 각각 아스날과 바이에른 뮌헨이 서로를 상대로 한 패스 횟수다. 3배 가까이 차이가 날 만큼 이날 뮌헨은 아스날을 상대로 사실상 내용 면에서는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아스날이었고 스코어도 2골차가 됐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나왔던 걸까.
아스날은 21일(한국시간) 영국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후반 막바지에 터진 2골로 뮌헨을 2-0으로 눌렀다.
이날 양 팀의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뮌헨은 자신들이 잘하는 점유율 축구로 승부를 보려고 했고 아스날은 자신들의 축구 철학을 접고 수비후 역습의 효율적인 방식으로 승리하려고 했다.
아스날의 플레이에 눈길이 많이 갔던 이유는 그동안 아스날이 고수해왔던 경기 방식에 있었다. 일명 '벵거볼'이라고 불리는 아스날의 축구는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일단 무조건 공격을 우선적으로 했던 것이 지난날의 일이었다. 단 1초라도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은 뒷걸음질 치는 '안티풋볼'과 같은 일들은 자신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구상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2년에서 3년 사이 벵거 감독은 달라졌다. 무관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자신들의 골문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원하는 골만 얻어내면서 승리하는 효율적인 축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벵거 감독이 수비에 중점을 두는 축구를 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경기들도 몇가지 생겼다.
지난 2013-20114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1-0으로 눌렀던 경기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에 나폴리, 도르트문트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던 아스날은 도르트문트와의 4차전을 승리해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만큼 당시 경기 전까지 아스날은 자신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알 수 없는 힘든 상황이었다.
원정경기인 데다 도르트문트의 강한 압박을 상대로 경기내내 아스날은 움크리고 있다가 결승골 한방으로 기사회생했다. 후반 17분에 단 한번의 역습 찬스에서 터진 아론 램지의 득점으로 1-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1월에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경기도 비슷했다. 당시 아스날은 3년동안 만날 때마다 승리가 없었던 맨시티를 2-0으로 잡았다. 점유율을 절반 이상을 상대에게 내주고 경기를 풀어간 아스날은 카운트어택 2방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러한 기억들과 함께 이번 뮌헨전도 아스날의 색다른 축구가 펼쳐진 하나의 장면으로 남게 됐다. 아스날은 뮌헨과 무리해서 중원 싸움을 벌이지 않고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게 해준 뒤 기회가 왔을 때 득달같이 상대의 골문을 공략하기 위해 뛰어들어갔다. 최전방 원톱이 시오 월콧이었고 측면에는 알렉시스 산체스,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메수트 외질과 산티 카소를라 등 좋은 자원들을 바탕으로 적은 패스로 뮌헨이 진땀을 흘릴 만한 역습들을 해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아스날은 많은 패스를 하지 않게 됐고 계획했던 역습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로랑 코시엘니와 페어 메르테사커가 중앙에 서는 수비라인도 견고해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특히 풀백 나초 몬레알은 측면으로 빠져서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뮌헨 공격수들을 잘 마크해 숨은 일등공신이 됐다. 영국에서는 경기당 패스가 많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아스날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자신들의 패싱 축구를 잠시 접었기에 이길 수 있는 하루가 됐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아스날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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