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단기전 큰 경기에서는 소위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데이빈슨 로메로(29,두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로메로의 방망이가 가을이 무르익고 나서야 불이 붙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4차전에서 모두 7번 타자 및 1루수로 선발 출전해 6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5할, OPS 1.333까지 찍었다.
정규시즌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지난 6월 루츠의 대체 선수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로메로는 '거포 3루수'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시즌 타율 2할5푼3리 12홈런 50타점. 적응기를 고려한다고 해도 '외국인 타자'라는 타이틀로는 분명 아쉬운 성적이다.
결국 계륵 신세가 돼버렸다. 큰 것 한 방을 날려주는 '거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를 쳐주는 '클러치 히터'라기에도 부족했다. 게다가 수비력도 포지션 경쟁자인 최주환에 비해 불안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시즌 말로 향할수록 하위타순으로 밀려났고, 결국 지난 8월 27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선발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긴 어려웠다. 결국 불신은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출전선수 명단에도 간신히 이름을 올린대다가, 잠실 홈에서 펼쳐졌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나마 '목동'과 '밴헤켄'을 상대로 강했던 기록 덕분에 3,4차전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어냈다.
하지만 확신을 주기에는 약간 늦은 감이 있다. 여태까지 보여준 '뜬금 활약'이 재신임으로 이어지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크다.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의 상승세를 이끄는 소위 '미친 선수'가 돼주지 않는 이상, 재계약 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하다.
지난해 스나이더(33,넥센)는 가을야구의 '미친 선수'가 되면서 KBO리그 재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스나이더의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2할1푼 홈런 17타점으로 초라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타율 4할3푼3리 2홈런 6타점으로 방망이가 폭발하며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로메로 본인은 재계약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한국 야구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한국 생활에도 만족감이 크다. 스윙 매커니즘을 바꾸어가며 여러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프로선수는 의지를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마침내 포스트시즌에라도 로메로는 '미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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