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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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가을 김현수, 비결은 '팀퍼스트 정신'

기사입력 2015.10.17 12:17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무조건 초구는 안 치려고 했어요. 누가 나와도 초구는 안 쳤을 거야!"

11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이 2-3으로 지고 있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김현수는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 불펜 조상우는 3연속 사사구를 내주며 흔들리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쉽게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결과는 볼넷, 밀어내기 1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김현수는 "초구는 안 치려고 했다"며 울부짖었다. 어쨌든 자신의 타석에서 경기는 매조지어지는 상황, 유리한 볼카운트 싸움을 하기 위해 상대 투수 쪽에서도 초구는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들어올 수 있었다. 안타 한 방이면 역전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4번 타자가 큰 것 한 방이 욕심낸다고 해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앞세웠다. 되든 안 되든 볼카운트도 뺏지 못하고 허무하게 찬스를 날려 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뒤집힌 분위기는 결국 10회말 박건우의 역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벌써 5번째 가을야구를 하면서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김현수다. 정규시즌 타율 3할을 훌쩍 넘기며 활약하고도 포스트시즌에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2할대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9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중요한 승부처를 망친 역적이 되보기도 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리버스 스윕을 당했고, 2010년과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리버스 스윕을 했다. 

그렇다 보니 이제 김현수는 가을야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베테랑'이다. 개인의 활약도 팀의 패배 안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단기전의 특성상, 화려한 개인의 기록 보다는 팀의 1승이 더 중요했다. 

김현수의 변화는 14일 목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로 1차전에 등판했던 양훈을 다시 예고했다. 경기 전 만난 김현수는 1차전을 복기하며 자신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잠실에서 양훈을 상대로 1회 안타를 뽑아냈던 터였다. 김현수는 이를 두고 "안타를 쳐도 점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차라리 점수가 날 수 있는 희생플라이가 더 낫다"는 진단을 내렸다.

김현수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통틀어 타율 2할1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율 자체는 오히려 저조하다. 하지만 역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통틀어 최다 타점(4타점)을 기록했다. 병살타도 물론 없다. 삼진은 적고 볼넷은 많다. 가을에 비상하는 김현수에게는 '팀퍼스트 정신'이 있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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