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몇 경기 되지 않는 일정 동안 조상우(21,넥센)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성장했다.
조상우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투수 밴헤켄에 이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1⅓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남은 이닝을 모두 책임졌다. 결국 조상우는 넥센의 뒷문을 틀어막으며 세이브를 올렸고, 팀은 천금같은 1승을 수확했다.
지난 등판과는 대조적이다. 10일 잠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등판한 조상우는 8회에만 사사구 4개를 연달아 내주며 결국 실점까지 기록했다. 제구가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볼을 던지다가 결국 '밀어내기 볼넷'이라는 좋지 않은 내용으로 점수를 내줬다. 그리고 이 1점으로 3-2의 리드는 깨졌다. 결국 연장승부 끝에 두산에 시리즈 첫경기까지 내줬다.
어린 투수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경험이다. 하지만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조상우는 패했다는 결과로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긴장했다고 하겠지만, 그런 건 아니다. 그날은 그냥 잘 안 되는 날이었다"라고 담대하게 받아들였다. 이어 "지면 끝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무조건 다 이긴다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무조건 잘 던져야 하고 그렇게 할 거다"라며 다음 등판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주변도 조상우가 빨리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선수들도 전혀 그날 상황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손혁 넥센 투수코치도 조상우를 감쌌다. 손혁 코치는 1차전 조상우의 상태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9회말 그렇게 투구수가 늘어날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투수였기 때문에 올린 것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큰 무대에서 잘 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흔들렸던 것 같다"며 "조금 아쉽지만, (조)상우도 해볼만큼 해봤다. 뒤로 빠져도 보고 눈 감고 생각도 해보고 했지만 안 됐다"라며 어린 투수를 감쌌다.
조상우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믿음도 변함이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조상우에 대해 "시즌 때보다 구위는 더 좋다. 포수 박동원도 그렇게 생각하더라. 팔 각도를 조정하면서 슬라이더 각과 제구가 좋아졌다"라며 오히려 칭찬했다. 손혁 코치도 "야구하면서 그정도로 못 던지는 날은 더 없을거다. 해볼만큼 해봤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며 "점수를 줬으니 미안한 맘 갖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올시즌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4위하고 여기까지 온 것도 덕분에 가능했다"며 조상우를 추켜세웠다.
실패한 경험을 먹고 성장한 조상우는 실패를 극복했다. 3차전 승리 뒤 염경엽 감독은 "앞선 경기에서 좋지 않았는데 한 번 던지고 끊고 가는 게 (조)상우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결국 좋은 결과를 얻어서 자신감을 찾을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제 극복한 경험을 먹고 조상우는 어떻게 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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