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아등바등 손을 뻗어봤지만 한 끝이 부족했다. 결국 한화 이글스는 68승 76패 승률 4할7푼2리로 올시즌을 마감했다. 올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3일 수원 kt전에서 1-4로 패하면서, 와일드카드의 희망 고문도 끝이 났다.
후회는 이미 늦다. 하지만 분명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부재'는 큰 아쉬움 중 하나다. 한화는 올 시즌 8월이 되서야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미치 탈보트-쉐인 유먼-나이저 모건으로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결국 남은 선수는 탈보트 하나 뿐이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는 8월초에 영입됐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제이크 폭스는 8월 중순에 합류했다.
어렵게 돌고 돌아 정착한 세 명이다. 시즌 막판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는 한화였지만, 그나마 외인 3인방 로저스-탈보트-폭스가 그나마 속도방지턱이 됐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5위 싸움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영향이 컸다.
막판 타오른 불꽃이 조금만 일찍 시작됐다면 어땠을까. '용병 농사가 한 해 성적을 결정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각 팀의 선발 에이스와 원투펀치, 4번 타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외국인 선수 덕을 별로 보지 못하는 구단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시즌 종료 후 한화 외국인 트리오의 잔류 기상도는 어떨까.
▲태풍의 눈: '특급 에이스' 로저스
KBO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에이스급이다. 8월 1일 한화에 합류한 로저스는 홀로 한화 마운드를 붙잡고 끌어왔다. 올 시즌 총 10경기에 출전해 6승2패 평균자책점 2.97로 등판할 때마다 대부분 호투를 펼쳐준 최고의 1선발이었다. 게다가 '이닝이터'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8월 6일 자신의 데뷔전이었던 LG전에서 첫 완봉승을 수확한 이후 총 3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을 추가했다. 삼진 60개, 볼넷 20개로 제구력도 환상적이다.
분명 현재 한화에게는 로저스를 잡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성근 감독이 "감독생활 하면서 이 정도의 외국인 투수는 처음 가져본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로저스는 믿음직한 에이스다. 우선 등판하면 그날 경기는 확실한 계산이 선다. '계산이 서는 야구' 한 경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등판하면 팀승리가 보장되니 연패 탈출에 효과적이다. 게다가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취하다보니 투수 운용에는 더 여유가 생긴다. 두산과 SK를 제외하고 모든 팀들과 맞대결을 가져본 만큼, KBO리그에서 검증도 끝났다.
하지만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현실적인 문제는 연봉이다. 올 시즌 로저스의 연봉은 70만 달러. 하지만 2달간 한화에 몸담았던 것을 고려해 보면 만만치 않은 액수다. 여러가지 옵션은 차치하더라도, 1년 계약으로 확장될 경우 금액은 몇 갑절로 불어나게 된다. 선수 본인의 의지도 미지수다. 당장 올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등판했던 만큼 재도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흐림 뒤 갬: '믿음직한 2선발' 탈보트
후반기 로저스라는 특급 에이스의 활약에 가려졌지만, 탈보트도 분명 리그 수준급 투수다. 올시즌 30경기 10승11패 평균자책점 4.72.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해 한 시즌 내내 한화 마운드를 지킨 유일한 외국인 선수다. 게다가 한화에서 2011년 류현진(LA다저스) 이후 배출한 4년만의 10승 투수이기도 하다.
시즌 초엔 마운드에서 보이는 다혈질의 모습이 한계로 지적됐다. 자신의 견제 동작이 투수 보크로 판정된 뒤 보인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그날 경기에서 퇴장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2군에서 돌아온 뒤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더이상의 논란 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5일 휴식을 취하며 등판 간격만 지켜서 갈 경우, 성적도 어느정도 보장됐다. 이미 세 시즌을 KBO리그에서 보냈던 만큼 적응도 모두 끝났다. 한화로서는 안정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하지만 1선발감으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복 있는 피칭 탓에 믿고 가져가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실제로 7월 한 달간 성적은 6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6.67. 김성근 감독은 "연달아 4번 패하는 건 실패한 투수다"라며 탈보트의 두 번째 2군행을 지시했던 바 있다. 투펀치로는 적당하지만, 에이스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내년 시즌 성과를 내야 하는 한화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욕심이 날 수 있다.
▲먹구름: '공격은 OK, 수비는?' 폭스
시즌 막판 차갑게 식은 타선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폭스다. 사실 8월 합류전까지만해도 '사이버 타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불운한 선수였다. 5월 말 대체 선수로 모건의 자리를 채웠지만, 4경기만에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85일만에 1군에 등록된 뒤 후반기 성적은 타율 2할8푼6리 7홈런 21타점. 그중 9~10월에만 타율 3할1푼 5홈런 18타점을 기록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가격 대비 효용으로 따지면 괜찮은 선택이다. 한화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폭스의 올시즌 총 계약금은 12만달러로, 대체 외국인 선수인 것을 고려해봐도 초저가 수준이다. 일발 장타력을 보고 데려온 카드였지만, 그 외 각종 타격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가성비가 뛰어난 셈이다.
하지만 다른 팀의 비교하면 역시 조금 부족하다. 외국인 타자라면 클린업트리오 자리에서 주요 수비포지션까지 매워주기를 바라는 게 일반적인 기대치다. 게다가 한화라는 팀의 특성상 폭스는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비 포지션이 마땅치 않다 보니 반쪽자리 역할에 그쳤다. 풀시즌을 뛰어보지 못했다는 점에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