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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수비+양타자' 고영우 "살아남고 싶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30 07:00 / 기사수정 2015.09.30 10:47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나유리 기자] 여기 '다용도 선수'가 있다. 외야 수비는 물론 내야 수비도 전 포지션에 걸쳐 소화가 가능하다. 좌타자가 될 수도 있고, 우타자가 될 수도 있다. KIA 타이거즈의 '유틸리티 맨' 고영우(25)다.

최근 KIA 경기에서 고영우가 눈에 띈다. 지난 2013년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아 KIA에 입단한 그는 어떤 포지션이든지 백업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이자 스위치 히터다.

1군 기록이 화려하지는 않다. 2013년 29경기 11타수 1안타 타율 9푼1리, 2014년 21경기 24타수 2안타 타율 8푼3리. 출장 경기수보다 타석수가 훨씬 적은 선수. 경기 후반 대주자 요원, 대수비 요원 혹은 크게 지거나 이기고 있을 때만 타석에 설 기회가 주어지는 1.5군 선수.

그러나 고영우 이야기가 나오면 김기태 감독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린다. "발 빠르고, 수비도 좋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직 야구를 착하게만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고영우를 인정해 많은 기회를 준 것도 김기태 감독이다.

프로 3년차 가을. 언제나 조연이었던 고영우가 조금씩 과실을 맺고 있다. 지난 28일 LG전에서 잠실구장 가장 깊숙한 우중간 담장으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날리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알렸다.


-홈런 치기 가장 어렵다는 잠실 구장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홈런을 치려고 했던건 아니다. 그냥 중견수 방면으로 정확히만 맞추려고 했는데 배트 앞쪽에 잘 맞아서 홈런이 됐다. 사실 치고 나서 홈런일거라고 생각 못하고, '잘 맞았다. 2루타 정도 되겠다' 싶어서 엄청 빨리 뛰었다. 그런데 2루 베이스를 지나칠 때 쯤 관중석 함성 소리를 듣고 홈런인걸 알았다."

-의미 있는 홈런인데 외야 관중이 잡아 홈런공을 찾지 못했다고. 아쉽지 않나.

"1군에서의 첫 홈런이다. 공을 못찾았는데…괜찮다. 다른 새 공 가지고 와서 '고영우 프로 데뷔 첫 홈런'이라고 쓸 생각이다. 앞으로 또 칠 수 있겠지."

-요즘 타격감이 괜찮은 것 같다(6월까지 무안타, 7월과 8월에 각각 1안타를 기록했던 고영우는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실 그동안 타석에 설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냥 나갈 때 마다 후회없이 하려고 하는데 안타가 하나씩 나오다보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고, 감도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 8월 25일 SK전에서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결승 득점을 올렸었는데 그 이후로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그날 이후로 잘 풀리는 것 같다. 그 즈음 부터….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많이 알아봐주시고(웃음). 감사하다."

-보기 드문 스위치 타자다. 언제부터?

"원래는 오른손잡이다. 맨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도 우타자였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발이 빠르니까 좌타석에도 서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바꿨는데, 아무래도 좌타석에 설 때는 힘이 없었다. 그렇게 쭉 좌타자로 지냈는데 대학교 3~4학년때부터 다시 우타석에 섰다. 오른손잡이라서 그런지 우타자로 성적이 괜찮다. 대학때 마지막까지는 오히려 우타자로 잘쳤다.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이렇게 엉키고 말았다(웃음)."



-프로에 와서도 스위치 타자를 유지하게 된 이유는?

"프로에 와서는 우타자가 편해서 주로 오른쪽으로 쳤다. 그러다 작년에 김용달 당시 타격 코치님이 '스위치 히터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좌타자를 해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갈등하다가 '양쪽 다 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혼란스럽지는 않았을까.

"솔직히 계속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누군가가 지정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결국은 내가 결정을 해야하는데 계속 결정을 못했다. 또 프로에 오고난 후 우타자로서 결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최근에는 좌타석 위주로 서는데. 이유가 있나.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좌타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좌타자로 서서 쳐보라고, 괜찮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했을 때 우타자로 섰을때 파워는 더 있지만, 확실히 야구는 좌타자가 조금 더 유리한 것 같다. 1루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높아지고. 고민 끝에 최근에 좌타석 위주로 치다가 한번씩 우타석에 서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수비도 여러 포지션을 보는데, 해야할 훈련도 많고 챙길 짐도 많을 것 같다. 정체성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나는 내야수다. 하지만 외야수를 같이 할 수 있으면 경쟁력이 높아진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연습은 내야, 외야 둘 다 하고 글러브는 3개 가지고 있다(웃음). 헬멧도 좌타자용, 우타자용 두개를 가지고 다닌다. 가방이 맨날 꽉 차있다. 전에는 양귀헬멧도 썼었는데 버렸다(웃음). 너무 무거웠다."

-4월초에 등록되서 두차례 열흘 남짓 2군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1군에 있었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개막전 엔트리에 못 들었으니 올해 끝나고 군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2군에서 내 할 일만 잘하다가 입대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군에 불러주셨고, 생각보다 훨씬 오래 있게 됐다. 신인때는 1군에 오면 엄청 떨렸는데 조금씩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많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기회를 주셨으니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빨리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다.

"내년까지 뛰다가 내년에 올해보다 더 잘하고 군대에 가고 싶다. 혹시라도 내년에 성적이 괜찮으면 고민이 될 수도 있지만, 내년 가을에 (김)선빈이형이랑 (안)치홍이가 오니까 내년에 잘하고 군대 갔다와서 다시 열심히 하는게 나을 것 같다."

-친동생인 투수 고영표도 kt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형제가 서로서로 살뜰하게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둘다 서로 잘 챙긴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야구 했으니까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한다. 동생 공은 대학교 다닐때 쳐봤다. 두번 정도 상대 했었는데, 처음에는 서로 눈이 마주쳐서 웃었다. 그때가 우리팀의 만루 찬스였는데, 동생이 나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이 나왔다. 두번째 만났을때도 찬스였고, 잘맞은 타구였는데 아쉽게 유격수 직선타로 끝났다. 지금까지는 1승 1패라고 볼 수 있다(웃음). 야구 할 날이 많으니까 나중에 1군에서도 맞대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멀리 떨어져있는데 걱정은 안되나.

"나는 광주에서 가족들과 같이 살고, 동생은 kt 선수단 숙소에서 자취를 한다.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웃음). 그냥 동생이 야구할 때, 공 던질때 잘했으면 좋겠다고 늘 응원한다."

-시즌 마무리까지 채 일주일도 안남았다. 앞으로의 각오는?

"언제나 제일 큰 고민은 아무래도 타격이다. 이제 올 시즌이 다 끝났는데, 남은 기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내년에는 더 많이 발전해있는 선수가 되고싶다."

NYR@xportsnews.com/사진 ⓒ 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DB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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