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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안의 80분, 수원 원톱 고민 끝나간다

기사입력 2015.08.23 10:19 / 기사수정 2015.08.23 17:40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수원 삼성이 두 달 가까이 머리를 아프게 하던 최전방 원톱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모양새다. '불가리아 특급' 일리안(30)이 이적 후 처음 나선 선발 경기에서 원톱 가능성을 입증했다.

수원은 전반기만 해도 원톱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공격 포인트를 책임진 정대세의 존재는 공격수 층이 얇은 수원에 한줄기 빛이었다. 함께 공격을 이끌어줄 것으로 예상됐던 카이오가 부상과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도 정대세 덕에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정대세가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즈로 이적하면서 최전방에 구멍이 생겼다. 카이오는 여전히 전력에서 이탈해 있고 마땅한 대체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에 급하며 일리안을 데려왔지만 아직 경기를 뛸 몸상태가 아니었다.

급기야 서정원 감독은 오른쪽 날개인 서정진을 최전방으로 올려 가짜 9번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정통 공격수가 없지만 빠르고 재기 넘치는 자원을 바탕으로 스위칭과 연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도 최전방 공격수 특유의 무게감이 필요한 수원은 일리안의 몸상태가 100%가 되길 기다릴 수 없었다. 안그래도 부상자가 많아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과부화가 걸린 시점에서 서정진 대신 일리안을 선발로 출전시키는 선택을 했다.

22일 울산 현대와 경기를 앞두고 만난 서정원 감독은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워낙 많이 뛰어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제 컨디션이 아닌 일리안은 원톱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지난 두 경기에서 교체로만 뛰어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일리안은 80분의 시간을 보장 받자 불가리아 국가대표다운 실력을 과시했다.

일리안의 장점은 분명했다. 상대 수비수를 압도할 만한 신체조건은 아니지만 최전방에서 몸싸움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볼을 잡으면 키핑하는 능력이 우수했다. 활동폭도 넓어 자주 볼을 받으러 내려와 측면으로 연결하는 패스도 수준급이었다.

일리안의 움직임은 후반 이상호의 결승골 장면에서 잘 엿보인다. 오른쪽에서 오범석이 크로스를 올리려하자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에서 오른쪽을 향해 대각으로 침투했다. 여기에 울산 수비수 2명이 시선을 뺏겼고 이상호가 노마크로 골을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슈팅 능력도 돋보였다. 전반 5분 만에 페널티박스 왼쪽을 파고들어 위협적인 슈팅으로 울산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일리안은 26분에도 문전에서 수비수에 둘러 쌓인 상황에서 절묘한 페인팅 이후 슈팅으로 연결하는 판단의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비록 두 차례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일리안은 분명히 위협적인 슈팅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서정원 감독도 일리안의 모습에 합격점을 보냈다. 서 감독은 "아직 몸이 완전히 좋지 않은데 자신의 역할을 다해줬다. 상대에게 볼을 뺏기지 않고 살아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공격진영에서 움직임과 발기술이 아주 좋다. 몸이 올라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처음으로 선발로 긴 시간을 뛰어본 권창훈도 "팀에 잘 융화된 모습이다. 앞에서 많이 뛰고 수비수들과 싸워주다보니 뒤에서 뛰는 우리가 편하게 움직였다. 일리안이 있어 좋은 기회가 생겼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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