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전인지, 세계 1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다. 꼭 앞으로도 같이 하고 싶다."
26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끝난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2번째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시즌 4승째.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국내 대회서 가장 먼저 4승에 선착했고 상금도 시즌 최초로 7억원을 돌파했다. 또한 앞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 '샬롱파스컵' 우승에 이어 US오픈까지 제패하며 1시즌 3개 투어 메이저 석권이라는 전대미문 대기록을 수립했다.
그런 전인지 곁을 지난 BMW챔피언십부터 지키고 있는 하얀 피부의 캐디가 있다. 바로 데이빗 존스 씨. 존스 씨는 전인지가 BMW챔피언십을 앞두고 영어 실력 향상 등의 이유로 고용한 '임시 캐디'다.
물론 단지 영어를 잘해서만은 아니다. 존스 씨는 세계 유명 선수들의 골프 백을 멘 경험이 있는 실력파다. 전인지 전엔 최나연의 캐디로 약 18개월 동안 활약했다. 현재 유러피언투어에서 뛰고 있는 가레스 메이빈(Gareth Maybin)과 함께 2년 동안 필드를 누비기도 했다.
전인지와 존스 씨의 첫 만남은 지난 파운더스컵이었다. 존스 씨는 "앞서 애리조나에서 열린 대회에서 같은 조에 있었다. 한번에 굉장히 훌륭한 선수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입소문을 통해 전인지 쪽에서 내게 연락했다. 나도 원하던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존스 씨는 전인지의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봤다. 인성에도 매료된 모습이었다. 내년부터 전인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출전할 것이 확정된 가운데 "미국에서도 기꺼이 같이 '풀타임'으로 하고 싶다. 정말 뛰어나고 좋은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전인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오픈 마인드'를 꼽았다. "전인지는 캐디하기 정말 쉽다"고 말한 그는 "굉장히 오픈 마인드다. 프로선수가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인지는 나를 팀으로 인정해 준다. 또한 자기 자신도 공부를 열심히 해 캐디를 편하게 해주는 친구다"고 칭찬 세례를 이어갔다.
전인지의 정신력에도 혀를 내둘렀다. 존스 씨는 "실력은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그녀의 정신력이다. 지난 BMW 3라운드에서 벙커에 샷이 빠지며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그런데 이후 곧바로 다음 홀에서 버디를 하더라. (정신력이) 타고 난 거다. 바로 전 실수를 완벽히 잊는 것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인지의 평소 연습 방법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 전인지와 호흡을 맞추며 샷 연습을 유심히 지켜본 그는 "솔직히 전인지의 연습량에 놀랐다. 그녀는 생각보다 많은 연습을 하지 않는다. '절대'로 연습량이 적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똑같은 연습을 하더라도 매 샷 목표가 있고 원하는 걸 얻어낸다. 매우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연습샷도 각각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존스 씨는 전인지의 잠재력에 대해 "충분히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며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장했다.
2개 대회 만에 1승을 합작한 전인지와 존스 씨와의 계약은 이 대회를 끝으로 종료됐다. 브리티시오픈에선 앞서 고용한 또 다른 캐디가 가방을 멘다.
그러나 이후 다시 '메이저퀸'의 캐디 자리는 공석이다. 존스 씨가 이미 전인지의 인성과 실력에 흠뻑 빠진 만큼 남은 건 전인지의 선택. 앞서 전인지도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따라서 같이 갈 생각도 있다"고 말한 만큼 다시 한번 이 '듀오'가 우승을 합작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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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