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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고민, 채워지지 않는 '5번 타자'의 구멍

기사입력 2015.07.26 07:08 / 기사수정 2015.07.26 07:22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5번 타자는 제 2의 4번 타자나 다름 없다. 흔히 주목받는 건 4번 자리지만, 그만큼이나 좋은 타자들이 5번 자리를 꿰찬다. 특히 부담스러운 승부처 상황에서 4번을 거르면, 5번에게 자연스레 찬스가 돌아오게 된다. 5번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한화의 5번 자리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부터 고정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만 8명. 하지만 이들 대부분 현재 1군에서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각종 불운이 겹치면서, 주전을 잡을만 하면 자리를 비우는 일이 반복됐다. 

나이저 모건(35)이 첫 타자였다. 한화가 야심차게 영입한 이 외야수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호타준족이었다. 일본의 야구도 경험해 봤다는 점에서, 한국 야구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얘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화에서 출전한 경기는 고작 10경기. 그동안의 성적은 24타수 5안타 타율 2할8리 정도였다. 결국 4월 11일 1군에서 말소된 뒤 5월 6일 한화가 웨이버 공시라는 칼을 빼들었다. 본인의 세리머니인 T-플레시만 남발하다가 짐을 싸게 됐다.

대체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도 '사이버 용병'이 됐다. 지난 5월 15일 모건을 대신해 한화에 입단한 폭스는 한 방이 있는 타자였다. 하지만 5월 24일 수원 kt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병살타를 친 뒤 1루에 전력질주하다가 '좌측 대퇴직근 좌상', 즉 왼쪽 허벅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4경기를 뛴 뒤 2개월째 재활 중지만, 복귀도 기약이 없다.

김경언(33)도 불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경언의 통산 타율은 2할6푼7리 정도로, 타격에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실제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각종 타격 부문에서 팀내 상위권을 휩쓸며 프로 통산 최고의 성적을 찍었다. 하지만 불행은 지난 5월 26일 KIA전에서 찾아왔다. 첫 번째 타석에서 종아리에 사구를 맞고 교체된 뒤, 4주 재활을 진단받았다. 42일만에 1군 엔트리 복귀한 김경언은 예전만 못했다. 6타수 무안타 4삼진의 기록만 남긴채 2군행을 택했다.

최진행(32)은 잘 나가던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월 25일 KBO가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발표가 나왔다. '스타노조롤'이라는 외인성 스테로이드가 검출됐고, 결국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당시 페이스대로라면 자신의 역대 최고 시즌이었던 2010시즌을 넘어서는 '커리어 하이'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던 한화에도 악재 중 악재였다.

이 최대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었던 게 이종환(29)이었다. 이종환은 올해 KIA에서 트레이드돼 한화의 옷을 입게됐다. 주로 대타로 많이 출전했지만 이 일로 선발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기록한 7월 성적은 3할4푼7리, 해결사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줬다. 하지만 지난 21일, 견제 과정에서 1루로 급하게 귀루하다가 발목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발목인대염좌'라는 증상으로 4주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한 명의 5번 타자가 사라진 것이다.

올시즌 임시로 5번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는 이성열 송광민 김회성 정도였다. 하지만 송광민과 김회성 역시 둘다 어깨 부상으로 내려간 뒤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5번 자리는 다시 이성열에게는 돌아갔지만, 5번으로 출전한 삼성 3연전 이틀동안의 기록은 5타수 0안타 1볼넷 1삼진 1병살타. 5번타자로 출전했을 시 통산 타율이 1할9푼밖에 안 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 반등을 꿈꾸던 한화의 기세가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주춤해졌다. 지난 24일 SK에게 내놓은 5위 자리를 하루만에 간신히 되찾아온 한화다. 당장 5위 싸움에 허덕이게 된 한화에 힘을 실어줄 난세 영웅이 등장할 수 있을까. 한화의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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