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올시즌 한화는 역전승이 가장 많은 팀이다. 이제까지 거둔 41승 중 선취점을 내주고도 이긴 경기만 25번, 선취점을 내고 이긴 경기수(16경기)를 뛰어넘는다. 점수를 먼저 내주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다. 적절한 투수 교체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타자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적시타로 점수를 뽑는다. 지고 있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마리한화'의 매력은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는 곧 마리한화의 약점이 된다. 역전승이 성립되려면 경기 초반에 실점을 해야 한다. 즉 '역전승이 많다'는 말은 곧 '주로 선제점 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선발이 무너진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경기 중반부까지 확실하게 이닝을 먹어줄 선발 투수가 없다보니 불펜과 타자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역전승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화에게 선발야구는 아직도 먼 얘기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있는 투수 5명중 4명은 아직도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경기 유먼의 성적은 3승 2패, 17일 SK전에서는 6⅔이닝을 소화했지만 9안타 2홈런 6실점(6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1일 KIA전에서는 6안타 2홈런 2볼넷 3실점(3자책)하며 4이닝을 소화하고 조기강판됐다. 시즌 초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복이 심해 대량 실점이나 조기 강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영명은 올시즌 선발로 소화한 평균 이닝이 4이닝 정도로 이닝소화능력이 너무 떨어지고, 배영수는 지난 5월 반짝 3승을 기록한 이후 아직까지도 제공을 뿌리지 못한다. 송창식은 아직도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선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건 1선발 탈보트뿐이다. 시즌초 탈보트는 제모습을 찾지 못하고 보크 문제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4월 평균자책점이 9.64까지 치솟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군에서 구위를 회복하고 돌아온 탈보트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7경기에서만 6승을 쌓았고,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탈보트가 6승을 거둔 경기 중 절반은 상대팀에게 한점도 내주지 않으며 영봉승을 기록했고. 남은 절반은 탈보트가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에 1~2점 차이를 뒤집어냈다. 극적인 역전승 없이도 승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선발싸움이 된다면 한화도 뒤집기 한판승을 위해 경기 막판까지 총력전을 벌여야할 이유가 없다. 결국 진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끈질긴 근성 야구도 좋지만 '계산이 서는 야구'가 필요하다. 역전승의 명수라는 기록 뒤에 숨겨진 한화의 마지막 과제, '안정적인 5선발'이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사진=탈보트, 유먼, 안영명, 배영수, 송창식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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