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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의 오랜 골키퍼 갈증, 체흐로 해소될까

기사입력 2015.06.22 06:10 / 기사수정 2015.06.22 03:32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아스날이 이번 여름 골문 보강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첼시에서 경험과 실력을 갖춘 페트르 체흐(32) 영입에 거의 성사 직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들은 최근 계속해서 체흐의 아스날행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제는 아스날이 체흐에 대해 최고의 대우를 약속한다는 구체적인 조건들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아스날이 체흐에게 10만 파운드(약 1억 7,500만 원)의 주급을 보장해주면서 구단 사상 최고의 주급을 받는 골키퍼로 만들어줄 의사가 있고 일각에서는 체흐를 위해 골키퍼 코치까지 교체할 것이라는 말들도 나왔다.

분명히 체흐를 데리고 오면 아스날은 골문을 강화할 수 있다. 체흐의 실력은 이미 검증됐다.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줄곧 첼시의 골문을 지켜왔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항상 넘버원 골키퍼였던 그는 지난 시즌부터 티보 쿠르투아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서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리그에서는 7경기에 나서 4번의 무실점과 경기당 0.29의 실점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 문제는 체흐 한명을 데리고 오면서 오랫동안 아르센 벵거 감독이 갖고 있던 골키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느냐다. 사실 아스날은 정말 긴 시간동안 골문에 불안함을 안고 살아왔다. 최근 몇년사이 보이체흐 슈체스니, 다비드 오스피나 등 좋은 골키퍼들이 등장 혹은 영입됐지만 벵거 감독의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기록이나 실제 경기모습을 보면 오스피나 같은 경우에는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그의 선방은 아스날이 시즌 막바지 8연승을 달리면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데 도왔고 FA컵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기록에서도 선방비율은 약 83%로 리그 상위권에 속했다. 그래도 벵거 감독의 눈에는 아직 아스날의 골문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고 체흐를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왜일까.

벵거가 원하는 빈틈없는 골문 라인업

가장 큰 이유로는 골문 라인업으로 볼 수 있다. 벵거 감독은 팀이 한창 좋았던 2000년대 초반 스쿼드를 기준으로 구멍 없는 골키퍼 라인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스날의 골문이 정말 물샐 틈 없었던 시절은 지난 2008년까지였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골키퍼로 손꼽히는 두명이 데이비드 시먼과 옌스 레만이다. 시먼은 지난 2002-2003시즌까지 아스날의 골문을 지키면서 4번의 FA컵 우승과 3번의 리그 우승,한 번의 리그컵, UEFA 위너스컵 우승 등을 아스날과 함께 했던 전설적인 골키퍼다. 우리가 독일 대표팀에서 보다 잘 알고 있는 레만 골키퍼 역시 2003-2004시즌부터 2007-2008시즌까지 아스날 골키퍼로 활약하면서 팀의 최후방 방어벽으로 맹활약했다.

이들과 같은 확실한 주전들을 기준으로 벵거 감독은 완벽에 가까운 골키퍼 라인업을 들고 각종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 2000년대초 주전 시먼이 안정적인 선방을 펼쳐주는 사이에는 전체적인 골키퍼 라인업도 탄탄했다. 리처드 라이트 같은 경우에는 시먼과 비등한 실력을 갖춰 누가 나와도 일당백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스튜아트 테일러 역시 시먼 다음으로 오랫동안 아스날의 넘버투 골키퍼로 제 몫을 다해줬다.

레만이 넘버원이던 2003년부터는 새로운 얼굴들이 줄을 이어 등장하면서 아스날 골문의 미래를 밝혔다. 그 중에서도 베테랑인 테일러는 레만 시대에도 백업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아스날 골문의 경험치를 높여줬다. 레만이 넘버원이던 시절은 아스날 골문이 현재와 미래, 과거가 모두 공존하면서 누구를 넣어도 큰 무리가 없었던, 벵거 감독이 만족할 만한 골문 운영이 됐던 시기로도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는 2003-2004시즌 전무후무한 리그 무패우승의 업적도 남겼다.



체흐가 이제는 골문의 기준점이 된다

아스날의 골문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2008-2009시즌이었다. 레만이 떠나고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기에 벵거 감독은 마누엘 알무니아를 새로운 넘버원으로 정했다. 앞서 2005-2006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경험을 갖췄다고 생각됐고 알무니아의 잠재성도 충분하다고 판단된 결과였다.

하지만 알무니아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벵거 감독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경기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불필요한 플레이까지 나오면서 키퍼 장갑을 결국에는 뺏겼다. 이후 2010-2011시즌부터 4년동안 새롭게 등장한 슈체스니에게 주전 자리가 맡겨졌지만 최근 들어 슈체스니의 활약상에도 말썽이 생겼다. 이번 2014-2015시즌에는 17번 출전해 6번의 실책을 범하는 등 골키퍼의 최우선 요소인 안정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즌 중반부터는 벵거 감독이 오스피나를 넘버원으로 끌어올렸다.

실망이 계속 이어지면서 벵거 감독의 골키퍼 갈증은 깊어져만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첼시와 결별할려고 했던 체흐는 벵거 감독이 노려볼 만한 돌파구였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특별한 적응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자기관리나 경험, 실력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대안이었다.

체흐가 올 경우 이제는 아스날의 골문은 체흐를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 옛날 시먼과 레만이 그랬듯이 체흐가 주전으로 확실한 중심을 잡으면 그 뒤로 넘버투, 넘버쓰리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는 확실한 넘버원 골키퍼가 없다"고 말해왔던 벵거 감독으로서는 체흐를 확실한 주전으로 내세우면서 그동안 사실상 엉망이었던 골키퍼 교통정리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아스날이 체흐를 원하는 전체적인 맥락과 배경은 이렇다. 과연 정말 체흐가 아스날 유니폼을 입게 될 지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가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아르센 벵거, 페트르 체흐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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