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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남자대표팀 선수 구성의 문제점 - 2.

기사입력 2007.11.26 20:13 / 기사수정 2007.11.26 20:13

편집부 기자

    
(공수주에 걸친 다채로운 선수구성이 관건)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90년대 한국 남자배구가 전성기를 이끌며 일본과 중국을 격침시키고 세계정상권의 팀들과 접전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원인은 김세진(전 삼성화재)같은 걸출한 공격수도 있었지만 박희상(전 대한항공)과 신진식(전 삼성화재)같은 배구 도사가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신진식의 가입은 한국 팀에 지대한 전력상승을 가져왔습니다. 발군의 수비실력에 뛰어난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화력까지 갖춘 신진식은 한국 팀의 전력에 핵심이 됐습니다. 그가 있었기에 한국 최고의 거포인 이경수도 수비부담을 덜고 결정타를 때려주는데 전념할 수 있었으며 모든 시스템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을 살펴본다면 팀의 윤활유 역할을 해줄 살림꾼이 없는 것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앞으로 이경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 역할을 이경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해준다는 것도 무리입니다. 바로 현재 윙스파이커진 중, 이경수보다 더 리시브와 수비에 능한 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영수와 박준범 등은 앞으로 많은 국제대회를 치르게 되면 장족의 발전을 가질 재능은 충분히 있지만 두 선수가 나란히 윙스파이커 진에 포진된 모습은 여러 가지로 불안한 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 다 타법이 그리 빠르거나 예리하지 못하고 플레이 스타일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 상대방 블로커들에게 쉽게 적응될 타입입니다. 그나마 작년부터 국제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문성민 같은 경우, 발이 빠르고 스윙 역시 빨라서 그나마 한국의 공격수 중에 성공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윙스파이커들의 특징을 고루 살리려면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을 포진시키는 것은 상대방블로커들과 수비진들에게 혼란을 주지 못합니다. 한국남자배구가 신진식-김세진이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걸출한 두 선수가 군림할 적에는 어느 팀도 이 좌우쌍포를 쉽게 막아내지 못했었습니다.

  물론 두 선수의 기량이 그만큼 출중한 것도 있었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 이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입니다. 지금 일본 팀이 지니고 있는 코시카와 - 고츠 - 시미즈의 윙스파이커진은 실로 탄탄하며 서로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공격수들입니다. 빠른 스피드와 민첩성이 돋보이는 코시카와와 100kg의 체중에서 나오는 강력한 파워를 가진 이시지마 ‘고츠’ 유스케, 그리고 왼손잡이에 절묘한 테크닉과 스피드를 갖춘 시미즈 등은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들로 이질적인 스타일에서 나오는 세 선수의 조합은 쉽게 막아내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팀의 윙 공격은 크게 나쁘지 않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팀이 이번 월드리그 초반에서 브라질에게 선전하고 캐나다를 연파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이경수 - 문성민 - 박철우란 서로 개성이 다른 공격수들의 조합이 빛을 발한 부분이 컸기 때문입니다.

  블로커들이 시종일관 같은 스타일을 가진 공격수를 따라다니는 것과 양쪽 사이드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공격 형태가 오는 것을 막는 것과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는 V리그 일정과 부상 때문에 불참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앞으로 이런 선수 구성에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주전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유광우 세터는 충분히 잘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무대를 경험 삼아서 자신이 한국 대학 무대에서는 최고였지만 궁극적으로 더 넓은 무대를 통해 배워야할 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세계무대로 나오니 그저 그런 세터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세터들의 토스는 너무나 빠르고 정확했으며 경기의 흐름을 읽고 볼을 배분하는 점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공격수들을 모두 활용하면서 효율적인 배구를 추구할 수 있을지도 이번 무대를 통해 절실하게 배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표팀의 주전세터 역할을 하는 권영민(현대캐피탈)이 들어올지, 아니면 한국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고 있는 최태웅(삼성화재)이 들어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세터 부분은 팀의 전력을 가늠 짓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세계 유수의 세터들이 보인 현란하고 빠른 토스웍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배구에서 승리하는 경기를 하려면 단순히 공격만 잘하고 체격조건만 좋은 선수들을 포진시키는 게 아니라 공수주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선수 구성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듯, 이제 한국 남자팀에게서 노출된 약점은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분을 알았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태도입니다. 실패를 통한 교훈은 값진 성찰로 승화돼야 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장족의 발전이 아닌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는다면 결코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에 희망을 걸 수 없을 것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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