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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외유내강' 랜들, 투혼의 2007' 시즌

기사입력 2007.10.31 00:04 / 기사수정 2007.10.31 00:04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맷 랜들(30. 사진, 두산 베어스)이라는 투수를 처음 본 것은 200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를 통해서였습니다. 요미우리 시절 랜들의 보직은 '보험용 선수'였지요.

랜들은 2003년 팔꿈치 부상을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2004년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을 거둔 뒤 일본무대를 떠났습니다. 랜들이 못 던졌다기보다 요미우리 코칭스태프가 제대로 기회를 주지 않았었지요.

그리고 3년 후인 2007' 시즌. 랜들은 한국무대에서 성공한 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올 시즌은 팔꿈치 통증을 참아내면서 두산의 선발진을 다니엘 리오스(35)와 함께 지탱한 것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대학에서의 은퇴, 그리고 일본에서의 은퇴

랜들이 동양야구를 처음 접한 것은 야구와 학업을 동시에 그만둔 후 펑크록 밴드 생활을 하던 1999년이었습니다. 1997년 NAIA(미 대학 간 체육협회) 월드시리즈에서 스트라이크 존 양옆을 공략하는 투구를 펼치며 완봉승을 거둔 랜들을 기억한 일본인 에이전트가 접근한 것이지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 인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육성 차원에서 영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카고 컵스의 알폰소 소리아노도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카프 아카데미' 출신으로 잠시 히로시마에서 뛰기도 했지요. 랜들은 한 달간의 개인훈련 후 트라이아웃을 갖고 다이에에 입단합니다.

그러나 랜들은 다이에 1군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잡아냈을 뿐, 거의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통역조차 없을 정도로 상호 간의 의사소통도 없었지요. 게다가 다이에는 방출조치도 없이 그대로 묶어두었습니다. 결국 랜들은 은퇴를 택하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모범생 같은 모습답지 않게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던 랜들. 200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부름을 받아 다시 일본 땅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요미우리에서의 생활 또한 별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다이에 시절에 비하면 기회는 많았습니다. 2004년 계투진에서 30이닝을 던져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을 거두었으나 요미우리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2003년 팔꿈치 부상을 겪었던 전력도 미덥지 못했습니다.

결국, 랜들은 2004' 시즌을 끝으로 일본 생활을 종료하고 요미우리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게리 레스의 추천을 받아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이후 랜들의 야구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랜들의 기량, 한국에서 더욱 성장하다

필자는 사실 랜들이 처음 올 때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140km/h대 후반의 공을 던졌고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를 이용하는 투구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 전력도 있었고 일본과는 다른 스트라이크 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였지요.

그러나 랜들은 한국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랜들의 슬라이더는 같은 궤적으로 가다가 떨어지는 분기점이 네 방향으로 갈라졌고 커브와 체인지업의 구사력도 예상 밖이었지요. 이는 경기가 계속 될수록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해 149.2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던 랜들은 지난 시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92.1이닝 16승 8패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린 뒤 147km/h에 달하는 직구로 여러 타자를 삼진 처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랜들의 한국무대 성공은 한, 일 야구의 수준차라기보다 선수 본인의 기량이 한층 더 발전한 이유가 더 큽니다.

팔꿈치 부상에도 랜들은 꿋꿋했다

올 시즌에도 랜들은 12승 8패 평균자책점 3.12의 기록을 남기며 2선발 다운 좋은 투구를 펼쳤고 소속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성적표의 이면에는 랜들의 투혼이 있습니다.

랜들은 이미 지난 5월 팔꿈치에 이상 징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랜들은 출전 의지를 불태우며 로테이션을 딱 한 차례 걸렀을 뿐, 올 한 해 선발진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랜들의 투혼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지난 15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 2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따냈고 23일 문학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승리를 따냈습니다.

또한, 27일 5차전에서도 123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6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제 몫을 충실히 했습니다. 랜들의 호투 뒤에는 극심한 팔꿈치 통증이 함께했습니다. 팔꿈치 통증으로 등판을 거부하다 퇴단한 현대 유니콘스의 미키 캘러웨이(32)와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야구가 없을 때는 자유분방하게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이방인 랜들. 그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오스와는 다른 성격입니다. 조용조용하지만 강인한 의지와 신념으로 자신 만의 투구를 펼친 투수가 바로 랜들입니다.

비록, 올 시즌 랜들은 선발 22승을 따낸 리오스에게 가려져 커다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고 제 몫을 충실히 한 그의 활약은 분명 12승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랜들이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의 야구 은퇴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 공을 잡았던 랜들이라면 팔꿈치 수술이라는 장애물은 그다지 큰 벽이 아닐 것입니다.

랜들이 2007' 시즌 보여준 투혼. 이것이 다음 시즌 더 좋은 활약으로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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