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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 이야기] 더블헤더의 속사정

기사입력 2007.02.28 00:49 / 기사수정 2007.02.28 00:49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더블헤더'는 야구만의 묘미?

다른 스포츠에는 없고 야구에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인 더블헤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과연 야구에만 있어서 좋은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보자.

이틀에 걸쳐 벌어질 일을 하루만에 해결하는 제도. 관중의 입장에서 볼 때 야구를 원없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쉬운일은 아니란 걸 알 수있다.

더블헤더 제 1경기의 시작은 오후 3시이다. 경기 종료시각을 6시로 예상하고, 30분 휴식 뒤에 제 2경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평일의 경우, 오후 3시에 야구장에 오는 관중은 얼마나 되겠는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시각, 여가생활을 즐기러 일터를 떠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석 한자리를 차지하는 팬들은 분명 있다. 평소보다 1.5배 비싼 티켓을 들고 들어오는, 야구를 진정 사랑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적막함 속에 제 1경기는 시작된다. 응원단의 우렁찬 스피커 소리도, 관중들의 함성소리도 없는 잠실구장, 마치 연습경기인 듯하다. 그대신 발성법 좋은 몇몇 관중들의 외침이 들린다. 자신이 코치의 입장이 되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심판의 판정에 당당히 어필한다. 어떤 질책을 들어도 그라운드 안의 사람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일에 몰두할 뿐. 그렇게 조용히 경기는 끝난다. 

30분간의 휴식시간. 이미 관중석에 앉아있는 이들과 새롭게 들어오는 이들을 위해 구단에서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맥주 또는 햄버거 빨리먹기 대회, 페이스 페인팅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관중들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시각 선수들은 무얼하고 있을까?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건 영양보충이다. 그 무렵이 저녁식사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보통보다 큰 사이즈로 특별주문된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한다. 시간이 부족하므로 간편한 패스트푸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에 무슨일 있었냐는 듯, 오후 6시 30분경 제 2경기는 평소와 같이 진행된다. 다만 선수 라인업은 제 1경기와 달라진다. 보통 체력소모가 가장 심한 포수가 교체되며 노장선수들도 두경기 중 한경기에만 나선다.

경기결과는 1승1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먼저 1승한 팀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1패를 안은 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제 2경기에 임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2연승을 할수도 있고 2연패를 할수도 있는 흥미로운 제도. 하지만 두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물론이고 관중들에게까지 피로가 몰려온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2004년 시즌을 끝으로 폐지되었던 더블헤더는 2006년 시즌 후반 부활된 바 있다. 장마철 잦은 비로인해 취소된 경기가 많아 시즌 일정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 

실제로 2006년 9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더블헤더에서 필자는 볼보이로 두경기를 소화했다. 평소보다 3시간 일찍 출근한데다 저녁식사도 허겁지겁 해결하여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외야수와 200개에 가까운 공을 주고받았으니 퇴근길에는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야구에만 존재하는 더블헤더 제도. 나름의 묘미도 있지만 부작용이 더 많음을 알 수있다. 비 때문에 울고웃는 프로야구. 기상청이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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