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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아, 4강이여!

기사입력 2006.07.02 03:27 / 기사수정 2006.07.02 03:27

편집부 기자


어떤 대회를 불문하고 주최국과의 경기는 늘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였을까? 한국 시간으로 7월 1일 밤 12시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온에서 열린 주최국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8강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독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연장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 것을 본다면 이 두 팀의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갈 것이나 승부차기는 접전이었던 경기와는 다르게 싱겁게 끝나 버렸다. 
주최국을 상대하느라 느낀 부담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로베르토 아얄라와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PK가 독일 골키퍼 옌스 레만의 손에 걸리며 결국 아르헨티나는 웃음이 아닌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접전이었다. 

개인기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유연한 플레이와 거세게 몰아붙이는 독일의 날카로운 기세가 맛 물려 마치 전쟁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만큼 미드필드 싸움도 대단했다. 체격 면에서 독일에 현저하게 밀리는 아르헨티나였지만 투지만큼은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자신들의 주 무기인 개인기를 이용,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미드필드에서 원활한 패스를 바탕으로 슬슬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초반 백중세였던 분위기는 미드필드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 짐에 따라 점차 아르헨티나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원활한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독일의 공격루트를 간파해 미드필드에서부터 독일 공격을 차단, 역습기회를 끊임없이 엿보기도 했다. 계속해서 공격이 차단되자 독일의 몇몇 선수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공격을 차단한 후 그것을 이렇다 할 좋은 기회로 연결하지 못했고, 볼 점유율에서 독일에 현저하게 앞서가면서도 유효슈팅은 오히려 독일에 뒤처진 1개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등,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세는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것이었다. 더군다나 후반 5분에 터진 아얄라의 골로 아르헨티나의 기세는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 선취점을 내주며 마음이 급해진 독일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고, 상대 선수들이 버거워 할 정도로 끊임없이 아르헨티나를 몰아붙이며 점차 기세를 가져 오긴 했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경기를 좀 더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리켈메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캄비아소를 투입하는 등 리드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30여 분까지 골이 터지지 않자 결국 4강 무대를 밟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경기장을 찾은 6만 독일 팬들의 얼굴에는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축구는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였다.
결국, 후반 35분 드라마가 펼쳐졌다. 

왼쪽에서 발라크가 올린 볼을 보로브스키가 헤딩으로 연결, 달려들던 클로제가 머리로 정확히 맞혔고, 볼은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프랑코의 손을 피해 골망을 힘차게 흔들었다.

누군가 에겐 환희를, 누군가 에겐 좌절을 맛보게 했던, 독일 입장에선 천금 같은 동점골이었다.
결국,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 누구보다 빛났던 것은 독일의 살림꾼 프링스. 미드필드에서 안정적인 경기 조율뿐 아니라, 투지 넘치는 태클과 수비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양팀 선수들 모두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했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신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는 승부차기. 그래서인지 두 팀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의 장난이었을까? 독일의 골을 번번이 아르헨티나 골키퍼 프랑코의 손을 피해 골망을 흔들었으나 아르헨티나의 골은 두 번이나 독일의 골키퍼 레만의 안정적인 선방에 막혔다.

결국, 신은 독일의 손을 들어주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어려운 자국 상황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참가했으나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을 이번 2006 독일월드컵에서 풀고자 했던 아르헨티나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지 못하며 효율적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던 점, 리드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에 너무 일찍 선수들을 교체했던 페케르만 감독의 전술 등 여러모로 아르헨티나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한편, 사실상의 결승 대진이라고 불리 우던 경기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치며 결승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3:0으로 꺾고 올라온 이탈리아와 4강에서 격돌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역시 쉽지 않은 상대이기는 하나, 가장 어려운 상대라고 평가되던 아르헨티나를 꺾으면 우승 또한 문제없다고 여기던 독일의 기세를 이탈리아가 누를 수 있을지 4강전이 열릴 7월 5일의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스타디온의 불꽃튀는 축구전쟁이 벌써 기대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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