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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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외친다고 바뀌는 건 없다

기사입력 2006.06.26 00:52 / 기사수정 2006.06.26 00:52

편집부 기자



            “축구는... 오늘... 죽었다.”

한 방송사에서 지난밤 한국과 스위스전을 마치면서 엔딩화면으로 올린 멘트다. 한국이 잘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 심판의 석연치 못한 판정으로 패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우리가 축구가 죽었다며 운운할 입장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스위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과연 ‘월드컵만을 위한 국가’임을 우리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난리가 난 포털 사이트를 이루 말할 것도 없고, 재경기를 추진하자는 카페가 생기는가하면, 500만 명이 서명하면 재경기를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마저 나돌고 있다.

더욱 황당한 건 평소에 축구장 한번 가자고 말할 땐 그저 그러던 그들이 한숨 자고 일어보니까, 경기 종료 후 24시간 안에 항소하면 재경기를 할 수 있다는 스팸문자까지 보내온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올림픽도 넘어서 현 지구상 최고의 권위를 가진 월드컵에서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아쉽게도 결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은 지난 2002년을 회상해보자. 우리에게 ‘오심’으로 졌다고 주장했던 스페인, 이탈리아의 의견도 결국은 ‘진 팀의 핑계’에 불과했다.

월드컵 열정을 K리그에서도 볼 수만 있다면

우리가 월드컵 동안 보여준 그 뜨거운 열정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500만 명이 재경기 서명운동을 벌여도 변하는 건 하나도 없다. 세계가 깜짝 놀랄 재경기를 갖자는 500만 서명운동 할 열정이면, 차라리 한 해에 한두 번 프로축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게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일 것이다. 십만에 가까운 인파가 몰린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바로 며칠 후에는 다시 축구 경기가 열린다.

진정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면, 키보드 두드리며 재경기, 오프사이드 논하지 말고, 월드컵이 끝나고 다시 경기장을 찾아보자. 그렇다면 그때는 진짜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일이 언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축구 선진국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연고 이전’이라는 상처를 최근 5년 동안 두 번이나 겪어왔다.

월드컵기간에 비친 우리의 열정을 K리그에서도 볼 수만 있다면, 우리의 리그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은 한층 더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축구발전의 지름길인 ‘업다운제’의 시행으로 리그는 차츰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축구는 월드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죽을힘을 다해 뛴 태극전사들은 이제 자신의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더 멋지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위해 땀방울을 흘릴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했던 ‘축구’를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축구연맹에 당부하고자 한다. 흔히, 많은 축구팬들이 아쉽게도 프로축구가 재미가 없는 줄 안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리그가 경기력 자체의 문제보다, 프로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는 프로축구연맹의 일처리에서 리그의 재미가 스스로 반감되어왔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출발이 늦었음에도 불구, 이웃나라 일본이 우리에 비해 훨씬 외형적인 인프라에서 유럽형리그로 자리 잡은 사실을 보면 우리 연맹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4년 후 남아공에서 다시 전 세계에 한국축구를 진정으로 새기고 싶다면, 축구팬들과 프로축구의 흥행을 기반으로 태어난 새로운 국가대표팀을 통해 우리의 투혼을 다시 불살려보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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