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김성근(73) 감독이 보여준 한번의 '볼터치'는 강렬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5차전에서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버틴 권혁과 정범모의 활약에 힘입어 승리했다.
한화의 분위기는 이번 경기 전까지 어수선했다. 21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4차전, 정범모가 풀카운트 상황에서 6구째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단했다. 삼진을 확신한 정범모는 공을 1루에 던지는 세레모니를 펼쳤고, 그 사이 2루 주자 정성훈이 홈을 밟아 2실점했다.
잘못을 물어 선발에서 제외시킬 법 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야기 해봐야 뭐 해"라고 웃어 넘기며 정범모를 연이은 선발 포수로 점찍었다.
그리고 9회말 김성근 감독은 하나의 행동으로 정범모 뿐만 아니라 권혁까지 사로 잡으며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7회 등판한 권혁은 8회말까지 특별한 위기 없이 LG 타선을 틀어막고 있었다. 마무리 윤규진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김성근 감독은 권혁이 내심 경기를 마무리 지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9회초 투구수 30개가 넘어가자 권혁은 힘에 부친 듯 선두타자 김용의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후속타자 최경철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자 김성근 감독은 타임을 요청한 후 마운드에 올라섰다.
교체 혹은 단순히 타이밍을 끊어주는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웃어 보이며 권혁의 뺨을 수차례 톡톡 친 뒤 정범모에게도 몇마디 중얼거렸다. 이후 권혁은 무엇에 홀린 듯 LG 타자들을 요리하며 순식간에 경기를 종료시켰다. 여기에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정범모도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였다. 김 감독의 돌발 행동에 잠실벌은 뜨거워졌고 팬들은 환호했다. 팀도 승률 5할에 복귀하면서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권혁은 "감독님이 올라오셔서 '천천히 던져라, 2점 줘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이 다잡아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승리를 굳힌 '볼터치'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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