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1.16 07:12 / 기사수정 2007.01.16 07:12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원래 잉글랜드의 1월 타블로이드는 이적설에 휩싸인 스타 선수들의 사진으로 가득 차야 하지만, 모든 내놓으라 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1월의 스타'가 되어버린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첼시의 조세 무링요 감독입니다.
자신과 무관한 일인데, 프리미어쉽 거물급 인사인 퍼거슨이나 웽거 감독조차 무링요의 거취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있으며, 거기에 무링요 감독의 거취를 논하는 분석 기사는 연일 신문에서 크게 다루고 있으니 이게 스포츠 소식인지 정치 소식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좀 더 충격적인 소식을 선호하는 타블로이드들은 로만과 무링요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무링요가 첼시를 그만둘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무링요가 팀을 그만둘 경우 '보상금'이 얼마인지에 대한 추측기사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하지만 첼시로서도 팀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무링요를 쉽게 져버리기는 쉽지 않으며, 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결과가 어찌되었던, 무링요의 용퇴가 이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의 존재 여부가 첼시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당장 1월 이적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만 - 아르네센 - 무링요의 키워드, "미카 리차즈"
아마 첼시 소식을 관심 있게 지켜본 분이라면 왜 미카 리차즈의 이적설이 거의 사실로 굳어져 가는 걸로 보이더니, 지금에와서는 오히려 솔 캠벨, 탈 벤 하임 등 다른 이적 후보들이 거론되는지 의아해하셨을 겁니다.
팀토크의 기사에 따르면, 첼시가 리차즈에게 관심을 가진 건 올 겨울이 아닌 작년 여름으로, 첼시의 전 수석 스카우트인 긴 윌리암스가 오랫동안 주의 깊게 관찰하며 영입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리차즈 역시 첼시의 관심을 받자 맨시티와의 장기계약을 미루고 상황을 관망하는 상황이었고요.
이 상황에서 아르네센(당시 유스 발전 담당)이 등장합니다. 아르네센은 덴마크 선수로서 에레디비제에서 보기 드문 영광을 누린 선수이자(그는 아약스 선수로서 3번, PSV 선수로서 3번 리그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호나우두, 스탐, 반 니스텔루이, 아르옌 로벤 등을 발굴한 뛰어난 스카우트입니다.
그는 PSV에서 토트넘으로 옮기면서 팀의 이적과 스카우트를 총책임지는 중책을 맡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이러한 그를 아브라모비치가 그냥 둘 리가 없죠? 결국, 첼시는 아르네센에게 불법적으로 접근하다 토트넘에게 딱 들킨 후 500만 파운드(실제로는 800만 파운드라고 알려졌지만)의 보상금을 지불하고 2005년 여름 그를 첼시로 데려옵니다.
이러한 아르네센의 파워는 상당했고, (결국, 그는 윌리엄스의 공석을 메우며 현재 수석 스카우트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첼시는 무링요와 윌리엄스가 원했던 미카 리차즈 대신 불라루즈를 영입하게 됩니다. 한편, 갈라스는 첼시의 연고 라이벌 아스날로 떠나게 되고요. 결국, 이적 문제에서 무링요가 아르네센에게 밀리면서 첼시의 화려한 선수진 만큼이나 빵빵한(!) 운영진 사이에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시즌의 반이 넘게 지난 지금, 불라루즈의 영입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게다가' 그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진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져 있습니다. 무링요는 작년 여름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강변하며 미카 리차즈의 영입을 준비했으나,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엄청난 이적자금을 써가며 준비한 스쿼드에 또 다른 선수(그것도 몸값이 엄청난)가 필요하다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돈주머니를 열기 거부했습니다.
물론 첼시가 성공하기 위해서 로만의 (보장된 선수를 거액에 영입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지만, 첼시라는 팀이 안정되게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맨유처럼 탄탄한 유소년 팀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첼시는 계속해서 거액을 써가면서 선수들을 사와야 하고, 그리고 셰브첸코를 보듯이 그 선수들이 늘 잘 해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고민은 커지는 거지요.
하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이적자금을 줄이고 유소년 팀을 활용하자'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은근히 아르네센을 편드는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아르네센은 현재 팀의 유스 정책을 총지휘하는 입장이고, 유소년 팀을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르네센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인 게죠.
상황이 이러니, 무링요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수 영입에 대해 전권을 지지 못하면서 더 이상 선수 영입을 지원하지 않는 데에 대해 화가 난 겁니다. 게다가 자신이 보기에 '탐탁잖은', 게다가 정적(?) 아르네센의 선수들을 활용하라는 요구는 더욱 부당하게 느껴지는 거죠.
특히 무링요의 입장에서 미카즈의 영입은 당장 붕괴된 수비진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인 동시에, 비록 고비용이지만 팀의 장기적 성공을 책임질 수 있는 슈퍼스타급 유망주를 확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맨유의 루니와 호나우두, 레알의 이구아인과 가고, 아스날의 월콧과 같은 '장기 보증수표'를 첼시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미카 리차즈, 위기의 첼시에 '평화'를 가져올까?
현재 각 언론의 추측은 다양하지만, 가디안 언리미티드의 보도에 따르면 우선 무링요가 파워 게임에서 '부분적인' 승리를 거둔 듯합니다. 무링요는 현재 부진에 빠진 셰브첸코를 보좌할 스트라이커와 '안습' 수비진을 메워줄 중앙수비수 한 명을 원하고 있고, 피터 케넌의 중재가 통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텔레그라프)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무링요가 원하는 선수들의 영입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미카 리차즈의 영입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우선 맨체스터 시티는 숀 라이트-필립스의 몸값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더 이상 라이트-필립스에게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미카 리차즈와의 트레이드에 대한 질문에 맨시티의 피어스 감독은 '첼시는 우리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그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숀 라이트-필립스와 미카 리차즈의 트레이드는 객관적으로 첼시에게 (그리고 맨시티에게) 가장 이상적인 거래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첼시가 더 이상 지난시즌에 활용했던 윙 중심의 4-3-3을 활용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무링요에게 숀 라이트-필립스는 과거의 영광스러운 진용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보험'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무링요가 수비적 필요 때문에 그를 놓아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미카 리차즈를 '현금 박치기(?)'로 영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디언 언리미티드는 무링요가 이번 겨울에 대형 선수를 영입하기는 힘들 것이며, 그가 영입할 수 있는 선수로는 호르헤 안드라데, 볼튼의 탈 벤 하임, 스탕달 리게(Standard Liege, 벨기에 리그 팀입니다)의 오구치 온예우 정도로 예측했습니다. 심지어 탈 벤 하임의 영입조차 '300만 파운드의 이적료가 걸림돌'이라고 예상하였고 100만 파운드 정도에 영입할 수 있는 온예우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탈 벤 하임이나 온예우의 경우 첼시의 시급한 현 상황을 방어해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첼시의 1군 스쿼드에 포함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오히려 미카 리차즈는 중앙 수비수를 보기 충분한 피지컬을 갖고 있으면서(지금도 맨시티의 중앙을 책임지도 있습니다.) 오른쪽 윙백으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대표팀에서는 게리 네빌 대신 오른쪽 윙백을 봤죠), 당장 첼시에 온다면 중앙 수비수 보직을 맡은 후 테리가 복귀한다면 무링요의 고민인 오른쪽 윙백 자리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전망입니다. 즉, 이적료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미카 리차즈의 영입은 첼시에게 훨씬 긍정적인 거래가 될 거라는 거죠.
이 모든 전력적인 측면은 축구 외적인 요인들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네요. 특히 너무나 재력이 빵빵한 구단주와 재능이 탁월한 감독, 선수 발굴에 천부적인 스카우트가 있는 첼시이기에 이러한 독특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과 달리 첼시가 맨유에 밀린 채 겨울 이적 시즌을 맞이하는 지금, 첼시의 행보는 분명 이적 시장의 훈훈한(?) 흥밋거리를 만들어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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