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요즘 가요팬들에게는 S.E.S가 한국 가요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핑클과 함께 한국 걸그룹 시장을 주도했던 S.E.S는 대중성과 음악성 양쪽을 다 잡은 유일한 팀이라 볼 수 있다.
이후 수 많은 걸그룹들이 데뷔했지만 '제2의 S.E.S'의 이름을 단 팀은 실제로 볼 수 없었다. 대중성을 충족할 수는 있었지만 S.E.S가 만들어 갔던 독특한 분위기와 음악관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S.E.S를 만들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도 소녀시대라는 공전의 히트 걸그룹과 f(x)를 배출했지만 이들에게 S.E.S를 붙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S.E.S가 가졌던 인기요인을 소녀시대와 f(x)가 나눠가진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S.E.S를 연상케하는 팀이 나왔다. 바로 SM엔터테인먼트의 서자로만 보였던 레드벨벳이 그 주인공이다. 새 멤버 예리를 투입해 5인조로 재편한 레드벨벳에(팬들이라면 SM엔터테인먼트의 짝수에 얽힌 사연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대한 SM의 지원은 달라졌다.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비롯해 '오토매틱'과 '스튜피드 큐피드' 등 수록곡들은 그야말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후렴만 와 닿던 데뷔곡 '행복'과는 다르게 '아이스크림케이크'는 곡 전반에 있어서 '작정하고' 만들어 낸 티가 역력하다.
더블타이틀곡인 '오토매틱'은 오랜만에 SM에서 내놓은 '뮤직비디오를 보지 않아도 좋은' 노래다. 멤버들의 성숙한 보컬과 세련된 곡 진행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사실 레드벨벳은 지난해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데뷔싱글의 '행복'은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서 레드벨벳의 이름을 각인시키기는 충분했지만 같은 소속사의 자매그룹 f(x)와 이렇다 할 특이점을 찾기도 힘들었다. 이미 유니크한 콘셉트와 실험적인 음악은 f(x)가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대중성에 대해서는 선배 그룹 소녀시대의 그늘이 너무 컸다.
이어 발표한 '비 네추럴'에서는 방향성까지 잃은 듯 보였다. 뜬금 없는 섹시 콘셉트를 멤버들에게 대입시키면서 '실패'라는 말까지 업계에서는 나올 정도였다. 그 사이 3세대 걸그룹의 여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소나무, 여자친구 등이 잇따라 데뷔했고 나름의 성공을 거두면서 레드벨벳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2015년 해가 바뀌자 가요계에서는 레드벨벳의 컴백 이야기가 들려왔다. "엄청난 곡"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예리의 투입 이후 공개된 레드벨벳의 곡은 실질적으로 S.E.S의 귀환이었다. 이들의 달라진 위상은 음원차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팬덤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인 걸그룹에게는 철옹성이나 다름없는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앞선 음반들에서 7점대에 불과하던 음악평점은 9점대에 육박하고 있다. 대중성을 중시하던 소녀시대와 호불호가 갈리던 f(X)와 달리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뮤직비디오나 재킷 같은 시각적 완성도는 SM이기에 의심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음악이었다. 그런 레드벨벳에 SM은 제대로 된 칼을 쥐어줬다. 서자의 설움이 아닌 S.E.S의 뒤를 이을 적자로 레드벨벳이 선택 받은 것이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