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나유리 기자] 벌써 한국에서 4년째. 앤디 밴헤켄(36,넥센)은 한 팀에서 여러해째 뛰고있는 스스로를 '행운'이라 일컫는다.
늘 차분하고 신사적이고 수줍음도 많지만, 마운드 위에 선 밴헤켄은 공격적이고 남자답고 터프하다. 이제는 팀 동료가 된 브래드 스나이더도 "가장 공격적이라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가장 먼저 밴헤켄을 꼽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강속구를 갖춘 것도 아닌 밴헤켄이 3년차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그는 위기를 반전시켜놨다. 지난해 밴헤켄은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2번째로 20승 고지를 밟으며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2009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당시 KIA) 이후 5년만이다.
외국인으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한국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밴헤켄은 주저 없이 "익사이팅(흥미진진)"이라고 답했다. "가장 기본적으로 한국야구는 익사이팅한 매력이 있다"는 그는 "야구장 특유의 분위기도 선수들을 신나게 만들고, 무엇보다 한국의 야구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KBO리그의 매력을 연신 칭찬했다.
밴헤켄이 꼽은 리그 최고의 타자는 김태균(한화), 박병호(넥센), 최형우(삼성)다. "물론 박병호는 한번도 제대로 맞붙어본 적이 없는 팀 동료이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훌륭한 타자"라고 덧붙인 밴헤켄은 타팀 중에서는 최형우와 김태균의 타격 능력을 아주 높이 샀다.
밴헤켄은 "김태균과 최형우는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가 있는 타자지만 무엇보다 타석에서 투수와 굉장히 영리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선수인 것 같다"면서 "'베스트 3'를 꼽으라고 하면 최형우와 박병호, 김태균을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역대 상대 전적을 놓고 봤을 때는 김태균이 최형우보다 밴헤켄을 상대로 더 좋은 타율을 기록했다. 최형우가 밴헤켄에 통산 28타수 8안타(2홈런) 5타점 3사사구 6삼진 타율 2할8푼6리를 기록한데 반해 김태균은 26타수 11안타(1홈런) 4타점 3사사구 7삼진 4할2푼3리로 2번 중 1번은 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이범호(KIA)와 최정(SK)도 밴헤켄이 꼽은 까다로운 타자들이다. 밴헤켄은 "나는 KIA 타자들 중 김주찬, 안치홍보다도 이범호를 상대할 때가 가장 힘들다"면서 "최정의 경우는 지난해 부상 때문에 좋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부상이 없을 때에는 무서운 타자"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4년차지만 여전히 적응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바로 점수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이긴 팀 타자가 홈런을 쳤을 때 과한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는 미국 출신인 밴헤켄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밴헤켄은 "함께 야구를 하는 한국의 동료들은 대부분 다 좋다. 하지만 경기 도중 그렇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과시하는(Show-off)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미 스코어가 10-1, 15-2 이런 상황에서도 홈런을 친 후에 세리머니를 크게 하고, 기쁨을 드러내는 경우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몇년을 보내다보니 이것이 문화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내가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왼쪽부터)김태균-최형우-박병호, 밴헤켄 ⓒ 엑스포츠뉴스DB]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