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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순수의 시대', 순수인가 불순인가

기사입력 2015.03.04 09:05 / 기사수정 2015.03.05 10:13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영화 '순수의 시대'는 제목과 가장 잘 부합하면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불순의 시대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욕망 자체는 순수할지 모르지만 지극히 불순한 의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초 격동의 시대인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존 인물인 왕자 이방원(장혁 분)과 여진족 출신이라는 태생적 열등감이 남아있는 조선 최고의 무장 김민재(신하균), 그리고 그의 아들이자 태조의 부마인 진(강하늘), 세 사람을 혼돈으로 인도하는 기녀 가희(강한나)의 삶을 다루고 있다.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조선의 무사이자 태조의 신임을 받는 김민재는 빙부인 정도전의 비호아래서 때로는 정도전의 개라고 불리기도 하며 자신의 뜻보다는 정도전의 뜻을 따르며 살아왔다. 아들 진은 왕의 부마가 되었지만 시정잡배들과 어울리고 천민들을 겁탈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열등감을 털어내는 도구로 이용한다. 충직하게 개국을 도왔지만 세자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왕자 이방원은 허허실실 모든 미련을 내려놓은 것처럼 굴지만 실상은 멧돼지 사냥을 빌미로 자신의 사병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자신의 감정이나 판단은 속내 깊숙하게 숨긴채 충실히 태조와 정도전의 뜻만을 이어오던 김민재의 마음을 흔든 것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기녀 가희다. 영민하면서도 오직 그만을 따르는 가희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준 김민재는 불같은 사랑에 빠져든다.

영화는 사극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멜로다. 마치 '쎄시봉'이 쎄시봉 친구들의 우정과 음악이야기만을 다룰 것 같았지만 실은 오근태(정우)와 민자영(한효주)의 사랑이야기였던 것과 비슷하다.

피비린내 나는 조선 초 논란의 중심에 한 기녀가 있었다는 허구로 그녀의 사랑과 복수극을 다뤘다. 물론 잔인한 전투장면이나 피가 흥건한 장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은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대신에 정사신과 멜로에 자리를 살짝 내준 모양새다. 영화 속 수차례 나오는 정사신이 과연 필요한 것이었는지는 평가가 엇갈릴 듯 하다.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신하균은 CG같은 몸을 자랑한다. 마치 헐크를 떠올리게 하는 신경질적인 그의 근육은 신하균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겉으로 표현해내는 게 적어 답답했다는 신하균의 말처럼 김민재는 시종일관 자신의 감정을 마음 속에 깊게 담아두고 있지만 신하균의 표정과 눈빛은 그를 표현해내고 있었다.  

장혁은 기존의 이방원과는 다른 이방원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근엄하고 냉철한 과거의 이방원들에 비해 그가 표현해낸 이방원은 좀 더 감정적이고 더 차가운 불꽃같은 모습이다.

처음 악역에 도전한 강하늘은 타락한 왕의 사위로 변신했다. '미생' 장백기나 '쎄시봉' 윤형주를 떠올리고 이번 영화를 본다면, 끝까지 거짓말을 일삼고 여성들을 희롱하고 겁간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에 다소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신기하리만치 본 적 없는 비열한 얼굴을 스크린에 투영해냈다.  

강한나의 비중은 기대 이상으로 큰 편이다. 극의 중심에 서있다. 강한나는 아름다우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희에 잘 어울렸다. 그녀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순수의 시대'는 '왕자의 난' 그 자체만을 다루는 묵직한 시대극이라기 보다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절절한 멜로영화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김민재라는 남자의 마음을 완전히 휘어잡고 흔든 아름다운 기녀 가희와 그의 애틋한 사랑이 담겼다. 허나 사랑과 원한을 오고가며 고뇌에 빠져드는 두 사람만의 고통스러운 사랑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천별점 : ★★☆(5점 만점)   
추천대상 : 신하균의 팬, 조용한 영화 관람을 즐기는 관객, 멜로 영화를 원하는 이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순수의 시대ⓒCJ엔터테인먼트]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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