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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문전성시 '꽃분이네'와 '국제시장'의 딜레마

기사입력 2015.02.19 06:15 / 기사수정 2015.02.19 06:15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박소현 기자]그야말로 '문전성시'다.  

18일 오후, 설 연휴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국제시장에 위치한 '꽃분이네'는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유명세를 타게 된 '꽃분이네'는 국제시장 3공구와 4공구 사이로 들어가면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꽃분이네'인근에 위치한 한 가게 주인은 "얼마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온 사람들이 '꽃분이네'본다고 다녀갔다"며 "강원도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사람들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것 같다. 줄이 길 때는 끝에서 끝까지 죄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겠다고 난리"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꽃분이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한 시민은 "대구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며 "영화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전했다. 국제시장은 극장이 몰려있는 남포동에서 도보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영화의 감흥을 온전히 지닌 채 찾아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꽃분이네' 측은 권리금 문제는 잘 협의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잡화 판매 위주로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 '국제시장'의 기념품도 함께 팔고 있다. 얼마전 중구청 명예구민이 된 윤제균 감독도 다녀가며 감사의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명절을 맞아 정치인들의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가 되기도 했다. 이날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를 비롯해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녀갔다. 

꽃분이네는 "언론을 통해 정작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가게 앞에서는 사진 찍는 인파가 훨씬 더 많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국제시장' 출연진의 싸인이 담긴 머그컵이나 부채, 손수건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꽃분이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곳도 있다. '꽃분이네' 인근 상점들은 커텐, 도기등을 취급하고 있으나 이날 상점들은 문을 닫은 곳들이 많았다. 이전에는 명절 당일에도 문을 여는 곳들이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들이 설 대목임에도 문을 닫은 데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한몫했다.

국제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꽃분이네 인근 점포들은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곳이 많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만 정작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되레 판매용 물건들이 훼손되는 경우만 더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꽃분이네'를 보러온 관광객들이 무신경하게 주변 가게 물품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자 아예 공휴일에는 손해를 감수하고 문을 닫는 점포가 많다는 것이다. 부산시와 중구청 측에서 '꽃분이네'앞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질서요원까지 배치하면서 관리에 나섰지만 막무가내인 관광객들을 막아서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번영회 관계자는 "판매용 상품을 밟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마구잡이로 버리고 가는 쓰레기만해도 이전에 비해 3배가 넘는다"며 "관광객들끼리 사진을 찍고 구경하겠다며 서로 밀치고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도 부지기수"라며 혀를 찼다.

이어 "국제시장 전체로 보면 방문객이 많아지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모두들 참고 있지만 매출이 급락하고 오히려 손해까지 발생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자칫 '꽃분이네' 인근 상점들이 공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제시장내 '꽃분이네'가 위치한 곳을 제외한 구역은 한산했다. 문을 닫은 곳들도 많았지만 연 곳들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다. 물론 국제시장 자체가 도매를 하는 곳이 많아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아졌다고 해서 즉각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번영회 측도 이부분에 있어서는 상인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번영회측은 "한 곳에서 수십여년 장사만 해온 이들이라 '국제시장' 특수가 있다고 해서 발빠르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관광객들이 '꽃분이네'만 방문 하고 국제시장을 바로 빠져나가 버리니 도리가 없다. '꽃분이네'에만 몰린 관심들이 다른 상점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를 비롯해 잘 협력이 되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영화 '국제시장'은 설 연휴 첫날인 18일 7만7777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의 관객이 관람해 누적 관객수는 어느덧 1348만1036명이 됐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개봉한지 두 달이 넘은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어 '꽃분이네'와 국제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덕수(황정민 분)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꽃분이네'를 끝까지 지켜냈다. 하지만 실제 '꽃분이네'와 국제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일지도 모르겠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국제시장 '꽃분이네' ⓒ 박소현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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