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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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만 쫓던 브라운관, 크게 한방 먹다 [After '미생'①]

기사입력 2014.12.22 07:48 / 기사수정 2014.12.22 07:48

김경민 기자
미생은 떠났지만... ⓒtvN
미생은 떠났지만... ⓒtvN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판타지'에 목매던 제작자들, '미생'에 한방 먹다.

"정적으로 곱씹으면서 볼 수 있는 웹툰으로는 인기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지루해 할 내용입니다. 직장에서 밥 먹고 일하는 것을 또 보고 싶어 할까요? 머리도 아픈데 말이에요."

기자가 과거 웹툰 '미생'이 연재되던 시절 한 드라마 제작자에게 "이거 재미있어요"라면서 했던 얘기에 대한 대답이었다. 제작자로 수년을 활동해온 전문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라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비주류이던 '다음' 웹툰에 연재되던 '미생'은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화제가 되고 있었고, '이끼' 시절 부터 팬이던 기자는 '미생'의 팬이됐다.

하지만 우리 브라운관은 주 시청층인 30대~50대 여성들을 잡기 위한 드라마를 만드는데만 여념이 없었다. 광고시장의 축소로 드라마 한편의 실패는 제작사의 몰락을 의미했고, 1회부터 확 끌어잡는 소재를 발굴하는데만 치중했다.

그 결과 '더킹 투하츠', '꽃미남' 시리즈 같은 여성 취향의 달달한 드라마가 브라운관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 브라운관은 그야말로 '핑크빛' 열풍에 휩싸인다.

이런 브라운관에 tvN의 '미생'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20일 방송된 최종회는 무려 8.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케이블 사상 2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드라마의 외각에 있던 40대 시청자들이 '미생'에 열광할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이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드라마화 된 '미생'은 그 흔한 러브라인도 배제하면서 기존 제작자들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야말로 치열함과 현실반영 만을 담은 '미생'은 기존 드라마의 흥행 필수 요소이던 러브라인, 복잡한 과거, 판타지가 담긴 캐릭터를 완벽하게 배제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생' 방송 이후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하자 앞서 언급한 제작자는 "내 생각이 틀렸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제작자는 추후 제작되는 작품이 '미생'을 모방하게 된다면 100% 흥행에 실패할 것임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생'은 tvN에서 제작된 '미생'만이 그야말로 '완생'인 셈이다. '미생'의 성공에 일부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작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제2, 제3의 '미생'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전쟁미드의 명작으로 회자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흥행시킨 미국 드라마 제작사 HBO는 후속작 '퍼시픽'을 런칭했지만 전작 만큼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판타지'에 목매던 제작자들은 발상의 전환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미생' 때문에 당분간 골치가 아플 전망이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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