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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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이 말하는 '불펜투수로 산다는 것'

기사입력 2014.12.08 07:33 / 기사수정 2014.12.07 20:04

나유리 기자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위기를 넘긴 후 환호하는 이동현 ⓒ 엑스포츠뉴스DB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위기를 넘긴 후 환호하는 이동현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저는 아예 야구를 못 할뻔 한 적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꿈 같아요."

LG 트윈스의 불펜에서 이동현(31)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세 번의 대수술과 긴 재활기간. 누군가는 이동현의 야구 인생이 끝났다고 말했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지금도 LG의 불펜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올해 이동현은 61경기에 등판했다. LG에서는 유원상(66경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경기'에 등판한 셈이다. 성적도 빼어났다. 리그 3위에 해당하는 23개의 홀드를 수확하는 59⅓이닝 동안 피홈런 2개, 평균자책점은 2.73으로 염도 높은 피칭을 펼쳤다. 2001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공백이 길었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1시즌을 더 채워야 생애 첫 FA 요건을 채울 수 있다.

현재까지는 '대박' 전망이 밝다. 성적표의 숫자가 증명하는 이동현의 존재감이 굳건하고, 여자친구와 오랜 연애 후 지난 6일 결혼식을 올리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까지 어깨에 얹었다. 속된 말로 'FA로이드'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은 이미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동현은 신중하고 덤덤했다. "살면서 몇 번 긴장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결혼식에서도 전혀 떨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아내에게 앞으로도 연애하는 것처럼 살자고 말했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됐고, 생애 첫 FA도 앞뒀으니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크게 의식하지는 않고 있다. 나는 여러 번의 수술로 야구 자체를 못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 자체로도 너무 감사하고 꿈같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다음 시즌도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평상심을 강조했다.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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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지만이 원 소속팀 삼성과 4년 65억원이라는 역대 불펜 투수 FA 최고액에 도장을 찍은 것은 이동현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불펜 투수들의 '진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했다.

"사실 그동안 불펜 투수들이 알게 모르게 홀대 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흐름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던 이동현은 "삼성이 '필승조'의 개념을 확실히 세우면서 (안)지만이, (오)승환이 같은 친구들이 부각됐다. 그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개념이 확립된 것 같아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불펜 야구가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비슷한 풍토가 생겼다. 투수코치님들도 더 보강됐고, 불펜을 더 신경쓰면서 키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현이 속한 LG도 '암흑기'를 거쳐 최근 몇년간 투수 보강에 힘을 쓴 끝에 탄탄한 불펜을 구축했다. 그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LG의 불펜은 더이상 약하지 않다"고 평한 이동현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중간계투로 10년이 넘게 공을 던졌는데 최근 몇년이 가장 재미있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 불펜투수 하기를 잘했다 싶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한가지 당부도 덧붙였다. "사실 불펜투수들은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자신이 잘해서 경기를 매듭지으면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필승 계투조 뿐만 아니라 패전조 투수들도 인정 받아야 한다. 패전조로 분류된 투수들이 가장 궂은 일을 하면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필승조, 패전조 굳이 나누지 않고 다 같이 필승조로 불리면서 굴러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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