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12.05 14:05 / 기사수정 2006.12.05 14:05
[엑스포츠뉴스 = 이우람 기자]
야, K리그 보냐?
인천 레플리카를 입고 술자리에 나타난 나에게 친구들은 말했다.
짧게 한마디만 던지고 술자리에서 그들의 유명 팀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들은 자신들이 입고 있는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티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듯 유명선수들을 나열하며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K리그 재미있냐? 왜 보냐? 한번 보니깐 재미없던데.
나는 대답했다.
"너희는 A매치 왜 보냐? 솔직히 대표팀도 압박 축구라서 제3자가 보기에 재미없잖아? 단지, 우리 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긴장감 느끼고 재미있어서 보는 거 아니야"
그러니 친구들이 다시 대답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A매치랑 K 리그 비교는 심했다. 레알 하는 거 봐봐. 정말 환상적이지 않냐?
"하지만, 그런 유럽 유명구단이 만약에 파산하거나, 강등이라도 되면 어떨까. 요즘 유벤투스와 리즈의 예를 들면 금방 알 수 있지. 그 팀들은 동아시아에서도 팬이 매우 많았지만 파산하고 나서 팬층이 거의 줄어들었잖아"
하지만, 리즈를 지지하는 팬들은 변하지 않아. 동아시아에서도 리즈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뿐이야. 2부 리그로 강등당한 팀 경기는 방송도 안 되니 지켜볼 수도 없겠지. 그냥 팬이라고 할 뿐이야.
만약, 유럽 축구가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화려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나는 그 영화에 참여할 수 없어.
그러나 나는 인천이라는 팀이 만드는 영화에 비록 행인 1이라 할지라도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과 같이 비를 맞으며, 슬퍼하고 인천과 함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이 영화에 출현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도 아주 즐거워. 열쇠공도 있고 대학생, 제빵사, 경찰관, 야자를 도망 나온 고등학생 녀석들까지 제각각이지만 기쁘고 슬프고 환호하는 것은 똑같아. 나는 내가 출연할 수 있는 영화가 더 좋다.
그리고 인천이라는 팀이 있는 이상 내 영화는 계속 될 거야.
녀석들은 말이 없었다….
내 영화 ‘인천’이 전하는 K리그의 매력, <비상>
서두가 너무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 <비상>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일화는 없다고 생각해 자신 있게 실어봤다. 이 일화는 인터넷상에서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봄 직한 문구로, 우리 K리그에 대한 편견으로 비롯된 친구들의 논쟁을 실은 글이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K리그를 부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런 편견이 정작 경기장에 가보지도 않은 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감히 생각해보건대, 사람들이 모르는 K리그의 진짜 매력은 적어도 직접 경기장에 발을 놓고, 함께 열광할 때야 비로소 온몸을 통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TV 화면 앞에서 축구가 전하는 환희와 감동, 전율을 바란다면 그건 곤란하다. 축구가 우리에게 전하는 감동이 너무나 커서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비상>은 축구가 전하는 진정한 감흥을 왜 현장에서 느껴야 하는지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설명해준다.
그들에게 더 이상 선수 교체는 없다!
영화 <비상>은 한국 최초로 K리그를 다룬 스포츠 다큐멘터리로,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월간 <스크린> 기자로 활약했던 임유철 감독이 제작을 맡아 지난 시즌 힘겨웠던 시절을 잘 이겨내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주연급 배우나 소화할 것 같은 장외룡 감독의 고뇌에 찬 모습과 주장 임중용 선수가 내뱉는 욕은 흔히 재미있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혀 연출되지 않은 논픽션 작품이다. 선수들의 고생스러웠던 장면들을 총 8대의 카메라에 담은 영화 <비상>은 사실 초기에는 시민구단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사연이 너무나 감동적인 나머지 더욱 스케일을 크게 담아 영화로 나오게 되었다.
제작진이 1년 동안 인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선수들은 카메라에 익숙해져 자연스레 행동했고 이것이그대로 논픽션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선수들과 함께하며 만들어낸 <비상>은 K리그 현장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스크린을 통해 먼저 전하며 K리그의 숨겨진 매력을 선보인다.
우리가 몰랐던 한국 축구의 숨겨진 2%, '실제' 가 전하는 '진실'
<비상>의 매력은 숱하게 보아온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닌, 실제로 우리가 느끼고 보고 겪은 지난해 K리그, 그중 인천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다. 연출하지 않은 실제 선수들의 일상을 담았기에, 흔히 영화의 감흥을 오랫동안 느낄 명대사는 없지만 <비상>은 우리에게 바로 그 ‘실제’가 전하는 ‘진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흔히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지략가’로 불린다. 창단 이듬해 주위의 우려와 달리, 장외룡 감독은 침체에 빠진 팀을 재건해 7승 3무 2패라는 호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보란 듯이 달성하며 K리그에서 인천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장외룡 감독이 이끄는 인천이 지난해 왜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 겉으로만 드러난 성적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영화 <비상>은 우리에게 ‘실제’를 통해 그 비결을 설명해준다. 왜 장외룡 감독이 좋은 지도자인지, 왜 그가 ‘외룡사마’인지를.
주장 임중용은 거칠어 보여도, 팀의 맏형으로서 따뜻한 품성으로 후배들을 감싼다. ‘그라운드의 미친소’라고 불리며 투지가 뛰어난 선수지만, 부상으로 시력이 떨어져 실명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그는 비밀로 하고 경기장에 나선다. 보통 팀의 1/3 정도인 인천의 열약한 선수 진에서는 도저히 그를 대신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상당한 선수를 보는 팀 닥터는 억장이 무너진 심정으로 안타까워한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우는 어린 여자아이는 인천 수비수의 김학철의 딸이다. 아빠가 보고 싶어 아빠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울고 있는 것이다. 전용구장이 없어 3시간 연습을 위해 5시간을 왕복으로 다녀와야 할 정도로 열약한 팀 사정으로 가족과 쉴 틈도 없었던 것이다.
이 또한 ‘실제’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우리에게 전하는 ‘진실’이다.
▲ 왼쪽부터 영화 감독 임유철, 장외룡 감독, 임중용 선수, 나레이션을 맡은 배우 오만석 ⓒ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울컥할만한 감동이 녹아있다!
영화 막판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인천 선수들과 팬들의 모습이 교차할 때는 정말이지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러닝타임 동안 전하고자 했던 ‘실제’가 전하는 ‘진실’이 결과를 떠나 우리에게 인생 그 자체로 와 닿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와 닿은 영화 <비상>의 감흥은 다시 우리에게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지루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우리의 삶 어딘가에서 반드시 그것을 실천해 보일 수 있다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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