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4)의 은퇴 이후 한국 피겨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안방에서 개최하지만 피겨 종목은 남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싱글은 더더욱 그렇다. 여자싱글의 경우, 김연아의 영향으로 아이스링크를 찾는 유망주들이 늘고 있다. 국내 대회를 치르면 여자싱글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남자싱글의 경우는 다르다.
이달 초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남자싱글 부분에 출전한 선수는 이준형(18, 수리고)과 변세종(16, 화정고) 뿐이었다. 단 2명이 출전한 선발전에서 이준형은 203.20점으로 1위에 올랐다.
라이벌인 김진서(18, 갑천고)는 올 시즌부터 시니어 그랑프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준형은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배정을 받지 못했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올 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쿠르쉐벨에서 열린 올 시즌 첫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 그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23일 열린 2013~2014 ISU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이준형은 135.9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67.88점과 합산한 총점 203.81점을 받은 이준형은 195.80점을 기록한 야마모토 소타(일본)를 여유 있게 제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피겨가 ISU공인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형은 종전 최고 점수인 184.14점(2014 4대륙선수권)을 훌쩍 뛰어넘었다. 쇼트와 프리 모두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한국 남자 피겨에 한 획을 그었다.
이준형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이 전에도 달았다. 지난 2011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1~2012 ISU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ISU 공인 국제대회에서 나온 메달이었다. 2012년 유스동계올림픽에서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김진서는 2012~2013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준형과 김진서는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2013~2014시즌에서 이준형과 김진서는 모두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특히 이준형은 2011년 첫 메달 획득 이후 3년 가까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프랑스 쿠르쉐벨 그랑프리도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 이준형은 연습 도중 넘어져 허리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지만 통증을 견디며 빙판에 나서야 했다.
진통제를 맞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준형은 집중력을 발휘해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준형의 어머니이자 피겨 지도자인 오지연(45) 코치는 "대회에 출전하기 전 허리를 다쳐 걱정을 했지만 무사히 잘해주었다. 연습 과정이 좋았고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준형 ⓒ 엑스포츠뉴스DB
이준형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피겨를 시작했다. 오 코치는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간의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기와 스케이팅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 코치의 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휘했다.
어머니의 손길을 거쳐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은 이준형은 꾸준하게 성장했다.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 뒤늦게 정점에 도달하는 남자 피겨는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는 그는 자신의 마지막 주니어 시즌이 될지도 모르는 올해 마침내 1위에 올랐다.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점프의 퀄리티가 좋은 점이 이준형의 장점이다. 또한 스케이팅이 부드럽고 프로그램 구성점수(PCS)에서 강점을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오 코치는 "기술뿐만이 PCS에 힘쓴 점도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4회전 점프는 연습하고 있지만 무리하게 모험하지 않고 내년 쯤 시도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