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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는 없다…'비정상회담' 타일러, 조율의 캡틴 아메리카

기사입력 2014.08.10 13:19 / 기사수정 2014.08.11 07:18

김승현 기자
'비정상회담' 타일러 ⓒ JTBC
'비정상회담' 타일러 ⓒ JTBC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고 있는 미국 '비정상' 타일러 라쉬는 조용하지만 강한 한 방이 있다. 또박또박 말하면서도 토론의 흐름을 관통하는 그의 능력은 회를 거듭할 수록 돋보인다.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그의 총명함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명문 시카고 대학교 국제학부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타일러는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방인이다.

눈을 감고 그의 한국말을 들으면, '이 사람은 한국인이다'라고 할 정도로 유창한 언어 구사 능력을 자랑한다. 입에서 술술 나오는 수많은 사자성어도 그의 박학다식함을 증명한다.

자기 자신을 책벌레라고 표현하듯이 새로운 분야를 늘 추구한다. 모범생 이미지에서 풍겨 나오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생각은 오산이며 실례다.

타일러는 소소한 재미 대신 월척을 낚는데 일가견이 있다. 2회 방송에서 출연진들은 야마노테센 게임(박자에 맞춰 정해진 한 주제에 대해 이름을 차례대로 말하는 게임)에 임했다. 한국 여자 연예인이 주제였고, 김태희, 신민아, 박신혜 등이 나열됐다. 종점이 보이지 않을 찰나에 타일러는 "박근혜"라고 말하며 게임을 종결시켰다.

방점은 신해철이 게스트로 나온 3회였다. 캐나다 대표 기욤 패트리는 자신이 공부를 잘했다면서 "학교에서 Applied Sciences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게 한국말로?"라며 궁금해했다. 고요한 분위기 속 타일러는 "응용과학"이라고 외치며 지금까지 회자되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비정상회담'은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11명의 외국인 패널과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이른바 '전유성' 조합이 발군의 호흡을 과시한다. 게스트로 나온 한국 '비정상'들은 마치 11개국의 세계 여행을 갔다온 것 같다며 다른 문화를 접한 계기가 됐다고 털어 놓는다. 11명의 뒤에는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패널의 발언 순서를 조율하는 '전유성' 조합이 프로그램을 완성도 있게 만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인기 비결은 그저 웃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비정상'들은 '부모로부터 독립', '결혼 전 동거', '현실과 꿈의 괴리', '남녀의 연애', '성교육의 정규화' 등 쉽지 않은 토론 주제를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토론이기에 정답은 없다. 보수파와 급진파의 날선 공방전은 '비정상회담'이 주는 또다른 묘미다. 이러한 이방인판 '썰전'으로 녹화장은 뜨겁게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패널들이 흥분을 하다보면 주제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동양 철학에 관심이 많은 타일러는 토론에서도 '중용'의 덕을 강조한다. 삼천포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계하는 타일러는 침착하게 찬물을 끼얹으면서 토론 방향을 재설정한다.

4회 방송에서는 개그우먼 오나미가 7년간 남자를 만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주제에서 벗어난 패널의 발언이 이어지자, 타일러는 "남자를 모르는 것이 우리가 다루는 안건"이라며 조용히 제동을 걸었다.

'성교육의 정규화'를 다룬 5회 방송에서 타일러는 "필요 유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말하고 있는데, '성교육의 목적'이 토론의 핵심이다. 본격적인 의견 교환에 앞서 각국의 성교육 실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활발한 토론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 정립을 역설했다.

또 타일러는 성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논하던 도중 "지금까지의 논의는 성관계는 좋은 상황에서만 맺어진다고 전제된다는 것이다. 원치 않는 관계 등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는 것도 성교육의 일환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와 대책 방법, 폭행에 대한 정확한 정의까지 더 넓은 관점의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감 토크로 '비정상회담'은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활발한 토론이 무게감 있게 전달되는 것에 타일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타일러의 조용한 조율은 '비정상회담' 인기의 원동력이다.

'비정상회담' 연출을 맡고 있는 임정아 PD는 "대학원생인 타일러는 세미나와 토론 경험이 많다. 이야기의 맥을 잘 짚고 방향성 설정에 능숙하다. 토론이 중구난방식으로 가는 것을 경계하며, 삼천포로 빠지면 되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상회담' 타일러 ⓒ JTBC 방송화면
'비정상회담' 타일러 ⓒ JTBC 방송화면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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