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29일 '고스트' 폐막을 앞두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 카라멜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뮤지컬 ‘고스트’를 본 관객이라면 무대를 종횡 무진하는 배우 정영주(43)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엉터리 심령술사지만 샘의 영혼을 보는 능력으로 샘과 몰리의 사랑을 다시 이뤄준 오다메 브라운. 정영주는 작품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캐릭터 오다메를 걸출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고스트’의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살려낸 그답게 인터뷰 내내 엑티브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어느 때보다 즐겁게 연기하고 노래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관객들이 연기하는 저와 마음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즐겁고 행복한 역할에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는 것을 말이죠. 오다메는 저를 웃게 만드는 캐릭터에요. 감동도 있고요. 그래서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보다 관객들이 오다메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웃기려는 욕심은 없었죠. 더 웃기려고 시도하는 건 사족에 불과한 거니까요. 드라마가 깨지지 않게 자제하고 욕심을 버렸어요.”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오다메 브라운을 연기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 카라멜 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고스트’는 1990년 페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 주연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고스트(사랑과 영혼)'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비영어권과 아시아 최초로 지난해 11월 24일 한국에서 초연됐고 최첨단 무대 세트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에서 오다메 브라운은 우피 골드버그가 맡았다. 장르는 다르지만 할리우드에서 가장 개성 있는 배우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우피 골드버그와 비교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 했다.
“부담감은 물론 있었죠. 그래서 저 정영주가 연기하는 오다메 브라운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물론 우피골드버그보다 더 오다메 같고 싶고 더 튀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하지만 누구도 실제 오다메를 본 적이 없기에 제가 연기하는 오다메를 진짜 오다메처럼 느끼게 하는 게 목표가 됐죠."
‘오다메=정영주’라는 생각을 심어주겠다는 그의 의도는 성공이었다. 분장이면 분장, 연기면 연기, 덤으로 노래실력까지 우피 골드버그 못지않았다. 주연만큼 빛났던 조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의 오다메가 단지 심령술사였다면 뮤지컬에서는 주도적인 캐릭터죠. 게다가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웃음) 뮤지컬이기 때문에 입체적인 캐릭터가 가능했다고 봐요. 제자들도 우피 골드버그보다 잘했다고 말해줬죠.”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카라멜 엔터테인먼트
1971년 생으로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한 정영주는 뮤지컬 ‘스타가 될거야’(1994)로 데뷔해 ‘명성왕후’(1995), ‘그리스’(2003), ‘미녀와 야수’(2004), ‘루나틱’(2006), ‘맘마미아’(2008), ‘오페라의 유령’(2009), ‘빌리엘리어트’(2010), ‘모차르트’(2011), ‘쌍화별곡(2012)’, ‘리걸리 블론드’(2013) 등 뮤지컬만 30여 편 가까이 출연했다. 그리고 현재 ‘고스트’에서 개성 강한 오다메 브라운을 연기하며 뜨거운 열정을 내뿜고 있다.
29일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그는 ‘고스트’ 덕에 뮤지컬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새삼 느꼈단다. “보통은 배우들이 작품이 빨리 끝나길 바라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아직 ‘고스트’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얼른 관람하셨으면 좋겠어요. 절 보면서 실컷 웃고 가시길 바라요.”(웃음)
오랜 시간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아온 정영주는 이제 또 다른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100% 믿음을 주는 보증수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무대에서도 노래가 발바닥부터 나오지 않으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법인데 시청자는 더 예리할 거예요. 객석과의 거리가 있는 무대와 달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빛만 딴 데로 돌려도 들통 날 것 같은 부담이 있어요. 그래도 저에겐 즐거운 고통이 될 것 같아요. 두렵지만 많은 준비를 해서 덤벼보려고요. 그렇게 준비를 하다보면 자연히 무대 연기도 확장될 거라 생각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