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홍명보호의 첫 단추는 어떨까.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한국이 H조에서 서막을 연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할 팀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다.
조추첨이 확정되자 기대감이 있었다. 부담감과 변수는 있었지만 해볼 만하다는 게 초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들은 보기 좋게 깨지고 있다. 어느 팀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숨겨진 죽음의 조 면모를 보이고 있다.
4개팀 각자의 사연도 남다르다. 러시아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지도력을 위시해 소련시대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아프리카의 복병 알제리도 지난 남아공 대회에서의 아쉬움을 씻을 생각이다. 황금세대로 중무장한 벨기에 역시 조별리그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들에 맞서 한국 대표팀은 '원 팀'의 정신을 내세운다. 견고한 조직력과 하나의 목표를 향한 단결력으로 해외 강호들을 넘겠다는 구상이다. 결전의 시간은 불과 2주를 남겨두지 않았다. 오는 10일 가나와의 평가전을 통해 마지막 담금질에 나설 홍명보호의 남다른 출사표가 H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팀소개
대한민국: 월드컵 본선을 9번 밟은 한국의 경험은 H조 최고다. 우여곡절 끝에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낸 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염원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특징은 젊음이다. 대다수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 멤버들로 구성됐고 홍명보 감독과의 소통 등도 원할하다. 어리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3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 박주영을 비롯해 남아공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이 이번에도 한국의 공격진을 이끈다. 새 얼굴들도 주목거리다. 특히 분데스리가를 주름잡던 손흥민을 향한 국내외 관심은 대단하다.
러시아: 12년만에 본선 무대에 복귀했다. 소련 시절 영광을 뒤로 한 러시아는 체제 붕괴 이후 1994년 미국 대회와 2002년 한일 대회에서 모습을 보였다. 카펠로 감독이 부임한 후 강력한 조직력으로 중무장한 러시아는 내심 16강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선봉에는 알렉산더 케르자코프가 자리한다. 유일하게 월드컵 경험을 지닌 케르자코프는 러시아 부동의 원톱이다. 역사적인 대기록에도 정조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가 기록했던 대표팀 최다골(26골)에 단 한 골만을 남겨두고 있다.
알제리: 알제리의 첫 인상은 '미지의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 평가전들을 통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빠르고 화려한 공격진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주요 공격수들을 활용한 공격 전술로 H조에서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알제리는 아프리국 약소국의 이미지가 강하다. 현재까지 월드컵 본선 3회 출전이 전부다. 그러나 지난 남아공월드컵과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짧은 월드컵 도전사에도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1982 스페인월드컵에서 있었던 '히혼 불가침 조약'의 눈물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벨기에: H조 1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2002 한일월드컵이다. 지난 12년간 암흑기를 걸었던 벨기에는 잠재력 있던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강호로 우뚝 섰다. 벨기에는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을 8승 2무의 성적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일부 베팅업체들은 벨기에의 월드컵 성적을 프랑스, 포르투갈 보다 높은 6위권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당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등 유럽 각지에서 활약하는 재능들이 요주의 인물로 부각된다. 마루앙 펠라이니 등이 보이는 높이 있는 축구도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홍명보호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손흥민 ⓒ 엑스포츠뉴스DB
▶X맨 & 히어로
홍명보호 안팎의 시선은 손흥민으로 향한다. 각종 외신들은 한국 대표팀의 주요 인물로 손흥민을 손꼽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남겼던 강렬한 인상이 큰 몫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SV, 바이어 레버쿠젠을 거치면서 한국 대표 공격수로 성장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12골 7도움을 기록하며 간판 날개로 우뚝 섰다.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브라질에서도 비상을 꿈꾸고 있다. 거침 없는 드리블과 지체하지 않는 양발 중거리포가 터진다면 한국 대표팀으로서도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변수는 경험이다.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는 사정이 손흥민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관건이다. 하지만 오랜 유럽 생활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배움은 손흥민의 발 끝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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