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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서의 삐딱하게] '뷰민라' 공연 취소 사태, 대중음악 편견 드러내

기사입력 2014.04.28 14:48 / 기사수정 2014.04.29 22:11

정희서 기자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 민트페이퍼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 민트페이퍼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26일부터 2주간 주말 4회 공연으로 경기 고양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개최 하루를 앞두고 전격 취소된 '사건'이 많은 뒷말을 낳고 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는 26일부터 나흘간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자우림, 데이브레이크, 언니네이발관, 페퍼톤스, 10cm, 소란, 제이레빗, 정준일 등이 출연하는 공연 행사로 올해 처음 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연장을 대관해준 고양문화재단이 개최 하루 전인 25일 일방적인 통보로 공연장 대관을 할 수 없다고 주최 측에 알려옴에 따라 공연이 무산됐다. 고양문화재단측은 이번 공연을 기획한 '민트 페이퍼'에 25일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으로서 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어떤 형태로든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의 정상 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관 취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민트 페이퍼는 고양문화재단의 사전 의논 없는 '일방적인 통보'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기획사 측은 행사 개최를 위해 음향, 조명, 무대, 영상 시스템과 부스 설치를 마쳤을 뿐 아니라 리허설까지도 완료한 상황이었다. 기획사 측은 2주에 걸쳐 총 59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 공문서 한 장으로 '달랑' 취소되어야 하는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고양문화재단이 공연 취소를 통보하면서 "약정서 제 7조(배상 및 책임'에 의거하여 배상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한 한 줄을 덧붙여 놓긴 했지만, 그간의 행사 준비나 주최 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배려 없는 행정제일주의'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비통함과 낙담, 울적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고양문화재단의 '취소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가요계에서도 예정된 공연을 연기 및 취소하거나, 앨범 발표를 미루는 등 '추모 분위기'에 발맞춰 일정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이선희 같은 경우에는 준비된 공연을 상황상 연기, 취소할 수 없어 '추모 공연'으로 꾸미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번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도 좀 더 매끄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재단 측이 사회적인 분위기를 내세워 대관을 취소할 입장을 정했으면 좀 더 일찍 기획사 측과 이를 논의해 주최측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어야 했다. 또한 가수 이선희의 경우처럼 '뷰티풀 민트 라이프'도 '추모 공연' 형식으로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실제로 개최측도 추모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그동안 표명해왔다. 화려한 이벤트를 배제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펼칠 계획이었던 것이다. 무대에 오를 아티스트들도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일부 아티스트들은 '힐링의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재단의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상당히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5일 백성운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세월호 통곡 속에 풍악놀이 웬말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백 후보는 성명서에서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인데도 술 마시며 강한 흥겨운 가락에 흥겨워해도 되느냐"며 "고양시는 온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페스티벌과 관련,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백 후보의 성명서에는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이 깔렸음을 알 수 있다. '흥겨운 가락에 온 몸을 들썩이게 하는' '속된 음악'이라는 몰이해 말이다. 앞서 이선희의 공연이 그랬듯이 대중음악에는 '상처와 치유'의 힘이 내재하고 있다. 더구나 클래식이나 뮤지컬은 정상적으로 공연되는 상황에서 '뷰티풀 민트 라이프' 같은 대중음악 공연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TV에서도 드라마는 서서히 방영을 재개하고 있지만, 가요 프로그램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노래와 춤은 아직 '추모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판단이다. 하지만 TV의 가요 프로그램과 무대의 공연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TV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파를 내보내지만, 무대 공연은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관객들이 사회 분위기는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흥청망청 놀기 위해서 페스티벌 현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꽉 막힌 답답한 마음과 풀 길 없는 울화를 음악을 통해 '승화'하고 '치유' 받을 수 있다. 왜 그렇게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대중 음악은 그저 '딴따라들의 풍악질'일 뿐이라는 단견이 이번 사태의 저변에 깔린 인식이라면 우리 대중음악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집단적 우울증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통한 위로가 필요할지 모른다. 음악이 때론 더 나은 내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돼줄 수 있지 않을까. '음악'과 '소통'으로 가득차야 할 페스티벌이 음악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소통 없이 무참히 취소돼 버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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