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일본 피겨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과 함께 '피겨 강국'으로 손꼽힌다.
한국 피겨는 '별에서 떨어진 소녀' 김연아(24) 때문에 4년 전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또한 일본 피겨가 자랑하던 아사다 마오(24)보다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을 올곧게 확인하면 한국과 일본의 피겨 인프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은 올림픽 챔피언이 등장한 이후에도 선수들을 위한 전용링크가 없다. 반면 일본은 큰 도시마다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링크가 존재한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팅에 재능이 있는 유망주가 나타나면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육성한다. 남자 선수의 경우 20세를 넘어도 스케이트를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이들은 드물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영향으로 많은 어린 소녀들이 빙상장을 찾았다. 해마다 선수들을 지원하는 이들은 늘어나지만 3~4년을 넘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남자 선수는 심각하다.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싱글 시니어부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8명에 불과했다. 시니어 여자싱글 엔트리는 28명(기권 2명 포함) 주니어 여자싱글 출전인원은 46명(기권 2명 포함)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한국 피겨의 인프라 발전은 여자싱글에만 국한되고 있다. '김연아 키즈'들의 등장으로 김해진(17, 과천고) 박소연(17, 신목고)이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남자싱글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일본은 아시아 출신 최초의 세계챔피언인 이토 미도리(1989년 세계선수권 여자싱글 우승)를 배출했고 일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싱글 금메달)를 양성했다. 여기에 아시아 출신 최초의 남자싱글 금메달리스트로 일본에서 나타났다.
'일본 피겨의 신성' 하뉴 유즈루(19)는 4살 때부터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누나의 영향으로 피겨를 시작한 그는 일찍부터 재능을 드러냈다. 주니어 시절이었던 2009-2010 시즌에서는 주니어세계선수권을 비롯한 4개의 국제대회를 싹쓸이했다.
이 때부터 하뉴는 소치동계올림픽의 기대주로 지목됐다. 2010년부터 시니어 무대에 출전한 그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8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처음부터 하뉴가 시니어의 강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2011년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부각하기 시작했다. 한 계간씩 성장하기 시작한 그는 2012년 그랑프리 파이널 2위에 오르며 '최강자'인 패트릭 챈(24, 캐나다)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챈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남자싱글의 압도적인 1인자로 군림하며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노렸지만 하뉴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뉴를 지도한 이는 4년 전 밴쿠버에서 김연아를 이끈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였다. 오서는 올림픽 경험이 있고 선수시절 점프에 일가견이 있었다. 하뉴는 이러한 오서를 만나면서 올림픽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익혔다. 또한 점프의 성공률과 퀄리티도 발전했다.
국내에서도 재능있는 몇몇 기대주들이 등장했지만 하뉴 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피겨 스케이팅을 기피한다. 불확실한 장래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20세를 넘게 되면 남자 선수들은 군입대 문제에 직면한다. 피겨 스케이팅은 1~2주 만 빙상 훈련을 하지 않아도 선수 생명에 큰 지장을 준다. 피겨 선수가 군에 입대할 경우 선수 생활은 사실상 끝나게 된다.
일본 피겨는 아사다 마오가 출전하는 여자 싱글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여제' 김연아의 건재와 '러시아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러시아)의 등장으로 인해 아사다의 여자싱글 메달 획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자싱글의 전망은 위태롭지만 남자싱글에서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여자 선수뿐만이 아닌 남자 선수 육성도 게을리 하지 않은 노력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하뉴 유즈루 ⓒ 2014 소치동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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