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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소치서도 '쇼트 80점' 가능한 이유

기사입력 2014.01.05 07:12 / 기사수정 2014.01.05 09: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 조영준 기자] 4년 전 김연아(24)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그의 끝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린 2010년 2월이 김연아의 '최정점'으로 여겨졌다.

당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터로서는 한창인 20세의 나이였다. 스무살을 훌쩍 넘기면 피겨 스케이터들은 '노장' 취급을 받는다.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은 노련함으로 경기에서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김연아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빙판에서 지속적으로 명연기를 펼쳤다. 신채점제 도입 뒤 여자싱글의 중요한 기록은 그의 몸짓에서 탄생했다. 24세의 김연아는 여전히 전성기였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보다 몇몇 요소에서는 오히려 나아진 느낌마저 안겨주었다.

김연아는 4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제6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했다.

출전 선수 28명 중 김연아의 등장순서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자신의 쇼트프로그램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가볍게 성공시켰다.

다음 과제인 트리플 플립도 깨끗하게 소화했고 전매특허인 플라잉 유나 카멜스핀도 구사했다. 더블 악셀과 레이백 스핀 그리고 직선스텝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퍼펙트 연기'를 펼쳤다.

전광판에 나타난 김연아의 점수는 무려 80.60점이었다. 기술점수(TES)는 42.23점을 받았고 예술점수(PCS)는 38.37점에 달했다. 특히 기술점수 중 가산점(GOE)으로만 챙긴 점수가 자그마치 10.2점이다. 김연아는 여자싱글 선수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을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을 다시한번 넘어섰다.



점프 3가지 요소만으로 받은 점수가 24.04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상 자국에서 열리는 내셔널 대회 점수는 공인점수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셔널 대회의 점수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해 12월에 열린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스즈키 아키코(28)는 215.18점을 받았다. 참고로 스즈키의 개인 최고 점수는 199.58점(2013 월드팀 트로피)이고 올 시즌 베스트는 193.75점(그랑프리 1차 스케이트 아메리카)이다.

이런 예에서도 볼 수 있듯 국내대회는 점수를 후하게 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열리는 내셔널 대회는 ‘소금밭’이라 불릴 정도로 점수가 짠 경우가 많았다. 기술에 대한 심사가 한층 엄격하게 매겨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자신의 피겨 인생에 정점이 될 연기를 펼치며 80점 돌파라는 성과를 올렸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다른 나라 선수들도 국내 대회서는 좋은 점수 받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건 국제대회 성적이다"며 80점 돌파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서 높은 점수를 받는 예는 '평소보다 불안했는데 국내대회라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와 '예상을 뛰어넘는 명연기를 펼쳐 최고의 결과를 얻은 경우'로 나뉠 수 있다.

김연아의 이번 종합선수권 쇼트프로그램은 후자에 속한다. 김연아는 한 달 전에 열린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보다 한층 진일보된 모습을 보였다. 부상의 여파를 완전히 털어버린 그는 공중을 유영하는 듯 한 점프를 구사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김연아가 구사하는 기술 중 기초점수가 가장 높다. 10.10점의 기초점수를 가진 이 기술은 가산점 2.01점을 보태 무려 12.11점을 찍었다. 여자싱글 선수가 기술 하나로 12점을 넘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부분이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구사한 김연아의 3+3의 퀄리티는 매우 뛰어났다. 20대 중반으로 향하는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거리가 뛰어났다. 김연아의 훈련 과정을 지켜본 피겨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점프가 한결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비쳤다.

이러한 견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다. 김연아는 이 기술을 예전보다 더욱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었고 이번 종합선수권을 통해 나타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의 퀄리티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다음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서는 1.75점을 챙겼다. 또한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실수를 범했던 더블 악셀도 깨끗하게 소화하며 1.25점을 가산점을 보탰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구사한 점프 요소 3가지만으로 무려 24.04점이었다.

놓치지 않은 스텝과 스핀 그리고 38점이 넘은 PCS

김연아의 대단함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연아는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를 마친 뒤 "스텝과 스핀 보완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이 부분에 노력을 쏟았음을 증명했다.

김연아는 직선스템 시퀀스에서 레벨4를 받았다. 가산점은 1.93에 달했다.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보다 스텝의 요소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다른 기술과 이어지는 부분도 한결 자연스러웠다. 플라잉 유나 카멜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도 레벨4를 받았다. 비엘만 자세로 연결하지 않은(김연아는 허리 부담을 덜기 위해 비엘만 자세를 자제한다고 밝힘) 레이백 스핀만이 레벨3를 기록했다.

PCS에서 김연아는 40점 만점에 38.37점을 받았다. PCS 구성 요소 점수 중 10점이 무려 5번이나 포함됐고 나머지는 모두 9점을 넘어섰다.

김연아는 "오늘 경기만 보면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올림픽 때까지 연기를 한결 여유롭게 할 수 있는 훈련 더 해야 한다. 이번은 100% 잘 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록 국내대회에서 80점을 넘어섰지만 김연아는 다시 한번 피겨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는 당일, 김연아가 컨디션 관리와 현지 적응에 성공한다면 80점을 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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