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 그 이상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팩션을 바탕으로 한 단막극 '이상 그 이상'이 절반의 성공을 보여준 가운데 배우 조승우가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28일 방송된 MBC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8번째 이야기 '이상, 그 이상'(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에서는 우연히 미어가 담긴 고종 황제의 밀지를 손에 넣은 이상(조승우 분)이 밀지 속 비밀을 찾아가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야기는 이상의 제비 다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수영(조민기, 맹세창)이 이상의 벗인 화백 구본웅(정경호)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 '우인상'을 팔기 위해 화랑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됐다. 수영은 화랑 주인에게 천재이지만 괴팍했던 이상의 삶을 이야기하며 40여년 전의 그를 회상했다.
이상은 일본인 벗 히로시에게서 덕수궁 정각에서 발견된 밀지를 해석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이상은 히로시를 다시 찾아갔지만 이미 그는 피살돼 쓰러진 뒤였다.
이상은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여인 경혜(박하선)에게 밀지를 접한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흥미를 느낀 그는 대한 제국 시절 고종 황제가 숨긴 금괴의 위치를 담은 밀지를 토대로 룸펜들과 함께 황금을 찾아 나섰다.
대한제국 재건에 대한 열망이 차오른 이상은 총독부의 감시를 피하고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황금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고종황제의 밀지를 처음 받은 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힌 경혜를 따라간 곳에는 고종황제가 명성황후에게 준 반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상은 "겨우 이 반지가 조선의 미래였냐"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후 히로시의 정인이라고 속였던 경혜는 히로시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수감됐고 면회 온 이상에게 명성황후가 죽지 않고 살아있으며 그녀가 반지가 말하는 곳이자 조선의 미래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거란 말을 남겼다. 뜻밖의 사실에 놀란 이상은 비밀을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어 "그러니 나는 당분간 분열을 즐기겠다. 절망과 열망, 결국은 모두 내것일테니"라고 읊조리는 이상의 모습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이상 그 이상'은 비운의 천재 시인 이상의 삶을 팩션(fact+fiction)으로 엮어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상이 글만 쓰는 젊은이가 아닌 모험심이 강한 인물로 재창조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뤄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역사상 가장 불행했지만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안고 낭만을 즐기는 모던보이, 모던 걸들이 많았던 일제강점기의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시대극과 추리극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듯했다.
'천사를 꿈꾸는 자만이 천사가 없음에 절망하고, 파라다이스를 열망하는 자만이 그것이 폐허임에 아파한다'는 경혜의 대사처럼 이 작품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거창한 주제를 1회성의 단막극에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개연성과 짜임새는 다소 헐거웠다.
그럼에도 한국 문학계의 이단아인 이상의 일대기를 색다른 시선에서 조명한 점은 충분히 눈여겨볼 만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그중 지난 3월 종영한 드라마 '마의'를 제외하고 주로 영화와 뮤지컬에서 활동해왔던 조승우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조승우는 옹색한 다방주인이자 천재성을 지닌 괴짜 시인 이상의 능청스러운 면모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암흑 같은 일상에 절망하면서도 새 시대를 향한 열망을 품은 이상 캐릭터는 그를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로 발현됐다.
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는 만큼 정경호, 조민기, 한상진, 인교진, 맹세창 등도 인상 깊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홍일점 박하선 역시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비밀을 간직한 여인 경혜를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이상 그 이상 ⓒ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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