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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의 플레이볼]'팀을 위한 선택'…두산,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기사입력 2013.11.29 16:21 / 기사수정 2014.05.12 01:03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약 10일 동안 떠나간 기존 감독과 선수만 14명이다. 두산 베어스가 5년 만에 차지한 준우승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두산은 스토브리그 중심에 섰다. 지난 17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행사한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이 다른 집을 찾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약 10일 동안 팀을 이뤄왔던 많은 이들을 떠나 보냈다. 그 가운데 지난 2011년부터 팀을 이끌어 온 수장 김진욱 감독도 포함됐다.

내부 FA를 떠나보내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선수 이적과 관련해 두산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하지만 팀을 준우승까지 올린 김진욱 감독을 마무리캠프 도중 경질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이에 두산 관계자는 "아무래도 프로팀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팀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고 김 전 감독의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또 두산은 새로운 사령탑 송일수 감독에 대해서 "원칙과 기본을 중요시하는 송일수 감독은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고 표현했다.

결국, 두산이 변화를 위해 칼을 꺼낸 이유는 프로의 존재가치와 다름없는 우승을 위함이었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상처받은 두산팬들의 실망이 크다. 이미 엎질러진 물, 결국 구단의 선택이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증명할 일만 남았다. 올겨울 두산은 어떤 숙제를 해결해야 할까.



'떠난 억대 연봉자만 6명'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억대 연봉자 17명 가운데 6명이 팀을 떠났다. 구단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면과 우려섞인 측면을 동시에 안게 됐다.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들을 보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하지만 최근 성적을 보면 두산의 결정에도 일견 설득력은 있다. 

팀 내 최고 연봉 7억 원의 주인공 김동주는 올 시즌 2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6리 1홈런 9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또 투수조에서 가장 높은 연봉 5억원을 받은 김선우도 부진했다. 2008년 이후 150이닝 이상씩 소화하던 김선우는 올해 17경기 60⅓이닝 평균자책점 5.52의 성적을 기록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팀을 옮긴 이혜천 역시 고액 연봉 2억원의 주인공이었지만, 올해 9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반면 올 시즌 두산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좌완 유희관과 불펜에서 배짱투를 보여준 윤명준의 연봉은 각각 2,600만원과 2,400만원. 구단 입장에서는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활약이 미미했던 베테랑들의 '리바운딩'을 기대하기 보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

문제는 베테랑들이 떠남으로써 선수들 사이에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선수들은 함께 야구하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고액 연봉자가 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큰 동기 부여를 얻게 된다. 팀내 고액 연봉자들을 정리한 만큼, 활약도가 높은 선수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함으로써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떠난 선수들의 114 타점, 127이닝'…경쟁으로 채워야

아무리 두산의 자랑이 '화수분'이라고 해도 이번 변화를 통해 팀을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가 크다. 특히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베테랑들의 대거 이탈은 경기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 모두에서 공백이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감독은 2013년 두산을 이끈 힘을 선수들의 경쟁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도 두산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떠난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며 팀을 이끌어야 한다.

톱타자 이종욱의 부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시즌 이종욱의 성적은 타율 3할 7리, 출루율 3할 6푼 9리, 6홈런 123안타 52타점으로, 300타수 이상을 채운 6명의 타자 중 한 명이며 팀 내 안타 2위, 도루 2위, 타점 5위를 기록했다. 이종욱의 힘은 지난 9월 팀이 한창 순위 싸움을 벌일 때 명확하게 드러났다.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이종욱이 1군에 복귀하자마자 팀 공격에 활기를 찾은 두산은 1,575일 만에 7연승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 두산의 톱타자 자리는 공석이다. 올시즌 1번타자로 나섰던 선수는 대략 8명. 이 가운데 외야수로는 박건우, 정수빈, 민병헌 등이 있다. 이들이 경쟁을 통해 이종욱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또 각각 36타점, 26타점씩을 올린 최준석과 손시헌의 공백은 오재일과 김재호 그리고 유망주들이 메워야 한다.

마운드가 깊지 않은 두산이다. 올 시즌 두산 마운드의 성적은 평균자책점 4.57(7위), 볼넷 514개(3위)였다. 2014년 시즌을 위해 투수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각각 60⅓이닝, 67이닝씩을 소화한 김선우와 김태영(김상현)이 떠났다. 또 다른 이적생 이혜천과 서동환도 26이닝을 합작했다. 기존 투수진의 분발이 요구되는 가운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허준혁(SK)과 FA로 떠난 최준석의 보상 선수로 새식구가 된 김수완, 군 제대 선수 장민익 등의 활약도 눈여겨 볼 점이다.

'끈끈함' 두산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라

최근 두산을 떠나게 된 한 선수는 "두산은 특유의 끈끈한 분위기가 있는 팀이다. 하지만 최근 그런 끈끈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종종 일심동체된 선수단의 힘을 칭찬하던 김 전 감독은 떠나면서도 "모두가 하나가 되었을 때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내년에도 선전을 기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를 벗어나 선수들이 뭉치는 것이 내년 시즌을 위한 해답이다. 팀내 최고참 홍성흔을 중심으로 정재훈, 이재우, 오재원 등 고참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두산 베어스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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