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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월드컵 결승전

기사입력 2006.07.07 09:02 / 기사수정 2006.07.07 09:02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전문기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승 대진표가 완성됐다. 대망의 2006 독일 월드컵의 우승국은 10일 새벽 3시(이하 한국 시각)부터 치러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맞대결로 판가름나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5일 열렸던 4강 첫 번째 경기에서 개최국 독일을 맞아 연장 후반 2분 동안 2골을 터트리는 '매직쇼'를 선보이며 결승에 선착했고, 프랑스는 하루 뒤인 6일 지단과 앙리의 황금 콤비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르며 포르투갈을 제압해 8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결승 진출이 유력시되었던 개최국 독일을 비롯해,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을 물리치고 올라온 두 '파란색 군단(프랑스를 지칭하는 뢰블레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아주리는 모두 자국어에서 파랑을 뜻하는 단어)'은 이제 마지막 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할 이탈리아와 프랑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결승전을 미리 전망해본다.

역대 전적은 어떻게 될까?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 같은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모두 32차례의 A매치를 치렀다. 32번 맞대결 성적표는 이탈리아의 압승이다. 이탈리아는 프랑스를 상대로 17승 8무 7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결을 조금만 확대해보면 프랑스의 조심스런 우세가 점쳐지기도 한다. 프랑스는 지난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1-2로  패한 이후, 이탈리아에 단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1996년 이후엔 파죽의 4연승을 달리고 있고, 최근 대결인 2001년에는 이탈리아를 4-1로 대파했었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프랑스가 이탈리아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과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의 맞대결은 이탈리아의 승리였지만, 이후의 대결에서는 프랑스가 우위를 지키고 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6강에서 프랑스는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하며 아트싸커를 세계에 알렸고, 이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에서도 프랑스가 웃었다. 전후반과 연장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프랑스가 4-3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것.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유로 2000 결승에서도 프랑스의 무패 행진은 이어졌다. 0-1로 뒤지던 후반 종료 직전에 터진 윌토르의 동점골에 힘입은 프랑스가, 연장 트레제게의 극적인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통산 전적에서는 이탈리아가 앞서고 최근 전적에서는 프랑스가 우세하다. 하지만, 그 어떤 통계로도 이번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은 두 팀의 승패를 가늠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두 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고, 경기를 치를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수비 축구 기대하라

두 팀은 화끈한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끈끈하고 조직적인 미드필드 라인을 주축으로 상대의 진을 빼며 조금씩 경기를 지배해가는 스타일이다. 카테나치오(빗장수비)의 이탈리아야 말할 것도 없지만, 주전의 상당수가 노쇠한 프랑스도 그런 탄탄한 수비 중심의 축구로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고의 수비를 자랑한다. 전통적으로도 그랬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이탈리아의 수비는 철통이다. 체코와의 조별 리그에서 부상을 입은 중앙 수비수 네스타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수비는 틈이 없다.

칸나바로, 참브로타, 그로소가 제 몫을 해주고 있고, 네스타 대신 출장중인 마테라치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이탈리아의 무실점 행진을 거들고 있다. 여기에 투쟁심 강한 더블 보란치인 가투소와 피를로는 상대의 공격 예봉을 무디게 하기 충분하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비하면 수비가 조금 약하지만, 마케렐레와 비에라라는 두 명의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력을 보강하고 있다.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들의 폭넓은 수비 범위와 적절한 커버 플레이는 조금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수비가 탄탄한 두 팀이지만, 이번 결승전이 재미없는 수비 축구로만 전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단-앙리-리베리가 포진한 프랑스의 공격진이나, 토니-질라르디노-토티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공격진의 파괴력 또한 매섭기 때문이다.

이번 결승전은 이런 강력한 수비진의 충돌로, 많은 골이 터지는 화끈한 공격 축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급 공격수들의 공간과 슈팅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막강한 수비진이 되받아치는, 점수가 나지 않아도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공방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내겐 마지막 도전이자, 마지막 월드컵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이번 월드컵 결승은 중요한 일전이다. 최강이라 자부하던 브라질이 8강에서 허무하게 주저앉았듯, 월드컵 결승전의 주인공이란 영광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영광에 대한 도전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선수들은 마지막에 웃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아트싸커의 정신적 지주인 지단과 이탈리아 최고의 미드필더인 토티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것으로 보여, 화려한 피날레를 원하는 이들 야전 사령관들의 결투도 경기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 월드컵이 국가를 대표해서 뛰는 마지막 경기일 것'이라고 공언해왔고, 토티 역시 독일과의 4강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결승전을 끝으로 은퇴할 것을 90% 확신한다.'라고 밝혀서 은퇴를 시사했다.

최고 미드필더이자 축구 선수로 시대를 풍미했던 지단으로서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 있어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고, 지단과 피구 베컴 등에 밀려 항상 2인자의 서러움을 감수해야 했던 토티는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여기에 30대 중반인 프랑스의 튀랑, 마케렐레, 바르테즈와 이탈리아의 칸나바로, 델 피에로 같은 선수들도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신의 축구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하려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수십억 축구팬의 눈과 귀를 베를린으로 모이게 할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 과연 어느나라가 영광스러운 FIFA 컵을 하늘 높이 치켜들지, 벌써부터 엄청난 관심과 기대가 폭발하고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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