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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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마지막 사냥감, 오만한 늙은여우 리피

기사입력 2013.10.03 13:19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FC서울이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무대에 올랐다. 더욱 높은 상공으로 이동한 독수리의 눈은 더욱 날카롭게 마지막 먹잇감 늙은 여우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은 3일(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ACL 4강 2차전에서 에스테그랄(이란)과 2-2로 비겼다. 전반 37분 하대성의 칩슛이 들어가며 사실상 결승행을 굳혔던 서울은 후반 2골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김진규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결승 진출팀 자격을 보여줬다.

이로써 서울은 홈경기 2-0 승리를 더해 1,2차전 종합 4-2로 에스테그랄을 따돌리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서울은 지난 2002년 ACL이 지금의 체제를 구축한 후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며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게 됐다.

서울은 조별리그부터 12번의 크고 작은 고비를 넘어왔다. 그 순간마다 서울의 자긍심과 정신 무장을 뒤에서 일깨운 이는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날카로운 한 마디였다. 경기 전 공약처럼 내걸었던 약속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일으켰고 한 번의 실수 없이 약속을 지켜왔다.

그동안 ACL을 대하는 최 감독의 자세는 서울을 넘어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마음이었다. 베갈타 센다이전은 한일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홈경기 때는 한가위 선물이라는 말로 경기가 열리는 시점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에스테그랄전은 월드컵 예선을 통해 이란에 당했던 굴욕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표출했다.

한국축구를 대표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최 감독은 이제 마지막 상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주시한다. 광저우전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광저우의 ACL 결승은 최 감독이 내심 원했던 판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에스테그랄과의 4강 1차전이 끝나고 "광저우는 강한 팀이다. 그런 팀과 붙어보고 싶다. 얼마나 센지, 우리는 또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심은 따로 있다. 이어서 최 감독은 "광저우를 이끄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한국에 와서 무례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전북 현대전을 치르면서 보여준 리피 감독의 뻔뻔함을 지적했다.

지난 3월 전주에 온 리피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 참석이 의무임에도 정확한 해명 없이 1000달러(약 109만 원)의 벌금을 물면서 불참했다. 하루 뒤 "30년 만에 그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고 이해를 바랐지만 리피 감독은 두 달 뒤 홈에서 치른 전북과의 리턴매치서도 기자회견에 나서지 않았다. 수석코치만 덜렁 내보내고는 해명조차 없었다. 늙은 여우의 의도적인 수싸움이라기보다 오만함이 몸에 밴 노골적인 깔보기였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최 감독은 "우리에게 결례를 한 만큼 넘어서야 하지 않겠냐"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했고 원하던 대로 판이 짜졌다. 한 말은 지켜온 독수리의 마지막 사냥은 오만한 늙은 여우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최용수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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