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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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노인정' 감동+여운 선사한 우리네 노인 이야기

기사입력 2013.10.03 07:39 / 기사수정 2013.10.03 07:39

정희서 기자


▲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자식들한테 버림 받고 차라리 죽는 게 낫지" MBC '드라마 페스티벌'의 첫 번째 이야기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소외받은 노인들의 쓸쓸한 마지막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루면서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1일 방송된 MBC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에서는 햇빛아파트 노인정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좌충우돌 가짜 장례식이 그려졌다.

극 중 김구봉(백일섭 분)의 노인정 친구 송영감은 폐암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해외로 이민 간 자식들은 그를 내다버린지 오래였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노인정 사람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으려고 했지만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가 않았다. 이에 노인정 사람들은 '송영감의 가짜 장례식 조의금으로 수술비를 마련하자'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장의사인 백일섭의 아들 해식(박혁권)이 회사 홍보를 위해 직접 송영감 장례를 치른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해식과 동네 사람들에게 가짜 장례식이란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직접 시체 연기를 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해식 뿐 아니라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자식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돈과 일만을 생각했다. 친자식을 대신해 상주를 자처한 송영감의 조카 역시 조의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 탄로나 씁쓸함을 자아냈다.

결국 노인들은 기막힌 가짜 장례식으로 송영감의 수술 자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지만, 송염감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 이후 치러진 진짜 송영감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놓여 있었다. 자식도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난 그에게는 흔한 영정사진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한 그의 처지는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인들은 하나 둘 주위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은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과 함께 '그 다음은 내가 될 수 있겠구나'라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노인의 죽음을 자연의 섭리라 여기며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 그들의 진정한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날 "혼자서는 살 자신이 없다"라고 말하며 병상에 누워있는 송영감의 손을 부여잡는 최용식(이호재)의 모습은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또한 송영감이 세상을 떠나고 아들 해식은 김구봉에게 '왜 자신을 속였냐'며 따져 물었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빠진 김구봉은 해식에게 "나한테는 왜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깟 소문도 너한테는 중요한데…나는 산송장이 아닌데 내 친구, 내 돈, 내 욕심, 내 소망은 왜 송장 취급을 하냐. 나도 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 죽지 못해 사는게 아니야"라며 울분을 토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가짜 장례식을 위한 노인정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김구봉과 박여사의 노년 로맨스, 노인들의 가슴 시린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밀도 높은 구성으로 담아냈다. 또한 소재가 주는 신선함과 기존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단막극의 묘미를 살렸다.

주인공 백일섭은 자식들에게 소외받지만 꿋꿋히 견뎌내며 박여사와의 노년 로맨스를 꿈꾸는 귀여운 노인 김구봉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관록의 연극배우 이호재는 친구의 빈자리를 슬퍼하며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MBC 단막극은 2007년 '베스트극장' 폐지 이후 약 6년 만에 새롭게 부활했다. 총 10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 페스티벌'이 기존의 드라마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를 기대해본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 MBC 방송화면]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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