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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키예프 악몽' 손연재, 추락인가 거품인가

기사입력 2013.08.30 16:01 / 기사수정 2013.08.30 16:0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손연재(19, 연세대)의 올 시즌 최종 목표였던 세계선수권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고 있는 2013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손연재는 6위(52.250)로 개인종합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종목별 메달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손연재는 총 5번의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해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월드컵 랭킹 순위는 5위까지 뛰어올랐고 지난달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볼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서는 개인종합과 후프 곤봉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렇듯 올 시즌 내내 상승곡선을 그렸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세계선수권 메달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러한 기대감이 손연재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까. 월드컵시리즈에서 2개의 은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따낸 후프 종목에서는 17.185점에 그치며 결선 7위에 머물렀다.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볼 종목은 16.658점(볼 결선 7위)의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곤봉과 후프의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연재는 '17회전 포에테 피봇'이 돋보이는 후프 연기에서 16.108점을 받으며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곤봉(17.566)은 결선 6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고의 무대서 느낀 긴장감, 컨디션 난조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올해 초반부터 이 대회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컨디션 관리는 뜻대로 되지 못했다. 키예프 현지에 있는 IB월드와이드의 관계자는 "대회 전날 손연재는 코감기가 걸렸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 중)호흡이 곤란한 문제점이 있다"고 전했다.

송희 SBS 리듬체조 해설위원은 "(손)연재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잘 했고 올 시즌 성적도 좋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런 점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목별 결선을 마친 손연재의 경기력에 대해 송희 위원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재는 몇 차례 실수를 범했다. 연재의 리본 프로그램은 수구 기술이 좋지만 미세한 실수가 나왔고 이러한 작은 실책이 쌓이면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들의 분전도 손연재의 발목을 잡았다. '리듬체조 최강' 러시아의 투톱인 마르가리타 마문(18, 55.149)과 야나 쿠드랍체바(16, 이상 러시아, 55.016)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펼쳤다. 기술과 표현력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 이들은 개인종합 예선에서 나란히 1위와 2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안나 리자트디노바(20, 우크라이나, 54.450)는 올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국제심판인 차상은 MBC 리듬체조 해설위원은 "리자트디노바는 굉장히 성실하고 훈련 태도가 좋은 선수로 알고 있다.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한 선수였는데 올해 만개한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리자트디노바는 개인종합 예선 3위에 올랐고 알리나 막시멘코(22, 우크라이나, 53.733) 4위를 차지했다. 벨라루스의 에이스인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0, 벨라루스, 53.099)는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흔들림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가장 큰 대회에 출전했다는 점을 인식이라도 한 듯 월드컵 대회와는 다른 집중력을 보였다. 유럽 에이스들의 신체 난도는 힘이 넘쳤고 수구 난도도 정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연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종목별 결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메달 획득은 좌절되고 말았다.



1년 전 런던을 매료시킨 손연재는 어디에?


큰 대회를 앞둔 부담감과 컨디션 난조 그리고 경쟁자들의 분전이 손연재의 세계선수권 첫 메달 획득에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다.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최상의 경기력을 펼쳤다면 그 자체 만으로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1년 전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아쉽게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많은 이들은 손연재의 선전에 갈채를 보냈다. 곤봉에서 나온 실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문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손연재는 컨디션 조절에 성공했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유럽의 강자들과 비교해 신체 조건은 떨어지지만 가볍고 날렵한 몸을 활용해 다이내믹한 연기를 펼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손연재는 4가지 규정 종목 프로그램을 모두 교체했다. 기술 난이도를 높였고 안무도 새롭게 구성했다. 이러한 시도는 좋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선수들은 수구 및 신체 난도를 높이거나 자신 만의 독창성을 살렸다. 이와 비교해 손연재는 실수가 없는 안정적인 연기에 초점을 맞췄다. 손연재는 곤봉 결선에서 모처럼 깨끗한 연기를 펼쳤지만 6위에 만족해야 했다. 독창성과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유럽 선수들이 실수를 하지 않을 경우 손연재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 최강'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곤봉 결선에서 덩 센유에(21, 중국)는 17.816점을 받아 손연재를 압도했다. 송희 해설위원은 "내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손연재가 차기 시즌 및 이 대회를 대비하려면 지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작품의 구성에 약간의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고 말한 뒤 "해를 거듭하면서 손연재의 난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어느 선수건 잘 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만큼 이번 세계선수권도 성장의 과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었다.

손연재는 지난 2010년 처음 출전한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예선에서 3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듬해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1위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6위에 오르며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손연재는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에 서 있다. 손연재가 성장할 때 유럽의 에이스들도 전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덩 센유에 마저 급성장하며 '아시아 최강'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손연재는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치열해질 필요가 있다. 손연재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호불호로 엇갈리고 있다. 스스로가 '거품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센세이셔널'한 경기력을 되찾아야 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손연재 ⓒ Gettyimages/멀티비츠 손연재 안나 리자트디노바ⓒ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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