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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부활' 주키치, LG 선발진 마지막 퍼즐 채웠다

기사입력 2013.06.30 20:34 / 기사수정 2013.06.30 20:35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2군행 자청부터 1군 복귀전 승리투수가 되기까지, 고난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마침내 1군 복귀 무대에서 팀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 이야기다.

주키치는 30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8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8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종전 5.40에서 5.04로 크게 낮췄다. 팀이 4-3으로 승리하면서 주키치의 시즌 4승(5패)도 함께 완성됐다. 지난 5월 23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8일 만의 승리다. 누구보다 승리에 목말랐던 주키치 본인과 그의 부활을 애타게 기다린 코칭스태프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한 호투였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주키치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 커터(31개)와 커브(28개), 체인지업(22개)을 주로 던졌고, 포심패스트볼(14개), 투심패스트볼(3개)을 간간히 섞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주키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40(1군 기준). 지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그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3할의 피안타율도 문제였지만 득점권 상황과 유주자시 피안타율이 각각 3할 5푼 8리, 3할 6푼 6리에 달하다 보니 실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키치는 지난 9일 롯데전서 3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뒤 2군행을 자처했다. 부진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LG 코칭스태프도 "주키치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진이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키치는 LG의 숙원인 '가을야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나 다름 없었다.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는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8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깔끔한 투구였다. LG는 나흘 뒤인 23일 주키치를 다시 1군에 올렸다. 등록 이후 정확히 1주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른 주키치다. 지난 9일 롯데전 이후 21일, 정확히 3주 만이었다.

웃지 않았다. 투구를 마칠 때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그의 표정에선 '반드시 살아나겠다'는 무언의 외침이 느껴졌다. 그만큼 절실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에만 2안타를 내줬다. 주키치는 1회초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조동화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재빠른 견제로 도루 저지에도 성공했다. 2아웃. 후속타자 최정에게도 안타를 내줬지만 박정권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이닝을 넘겼다. 운이 따랐다. 2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주키치는 3회초 2사 후 정근우에게 2루타를 내주며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조동화를 유격수 뜬공으로 가볍게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4회초에는 최정과 박정권을 연속 삼진 처리한 뒤 김상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주무기인 커터가 한층 예리해졌고, 좌우 코스 제구도 비교적 잘 이뤄졌다.

5회에는 1사 후 박진만에게 볼넷을 내줬다. 떨어지는 변화구가 커트 당하면서 9구 끝에 내준 볼넷, 흔들릴 법도 했다. 그러나 평정심을 찾은 주키치는 조성우를 삼진, 조인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팀의 1-0 리드와 함께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주키치다. 5회까지 투구만 놓고 보면 '완벽 부활'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6회에도 정근우-조동화-최정을 삼자범퇴로 요리하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6회 조동화를 삼진 처리하고 나서야 살짝 미소를 보였다. 만족스러운 듯했다. 1회 선취점 이후 침묵하던 타선도 주키치에게 힘을 실어줬다. 6회말 1사 1, 3루서 정성훈의 희생플라이로 2-0을 만들었다.

7회가 최대 고비였다. 선두타자 박정권에게 1루수 옆을 빠지는 우익선상 2루타를 내줬다. 무사 2루 위기. 이날 2번째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것. 여기까지 98구를 던진 주키치는 정현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홈팬들은 주키치를 박수로 맞이했고, 동료들도 부활투를 펼친 그에게 축하를 보냈다. 주키치도 만족한 듯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바뀐 투수 정현욱이 후속타자 김강민에게 안타를 맞아 박정권이 홈을 밟은 것. 이는 주키치의 실점으로 기록됐다. 복귀전에서 무실점투를 펼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1실점이 주키치의 눈부신 호투를 상쇄하진 못했다. 타자들은 2-1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7회말 2점을 추가하며 주키치의 승리 가능성을 더욱 높여줬다. 계투진이 8회말 4-3 한 점 차까지 추격당하긴 했지만 동점이나 역전은 허용치 않고 주키치의 승리와 팀의 10연속 위닝시리즈를 지켜줬다. 그제야 주키치는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사실 이날 주키치에게 승리투수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충분히 잘 던졌고, 승리까지 따냈다. 지난 2년 연속 10승을 따낸 '클래스'는 죽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벤자민 주키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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