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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추신수 만한 외야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기사입력 2013.06.30 15:27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상열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에 국내 선수들이 최고로 활약한 시기는 2000년대 초다. 최초의 메이저리거 LA 다저스 박찬호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김병현이 선발과 마무리로 활약할 때다. 박찬호가 LA 다저스 마지막 해인 2001년 올스타게임에 선발됐고, 김병현은 이듬해 2002년에 미드서머 클래식에 출전했다.

당시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스포츠신문들은 매체별로 2명의 특파원을 파견할 정도였다. 현재 미국에 특파원을 파견한 곳은 인터넷 매체 한군데뿐이다. 팬들의 수준이나 욕구는 높지만 미디어 시장은 10여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졌다. 필자는 LA 특파원으로 4년 이상을 박찬호 전담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계약을 맺은 뒤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이후 해외파들의 활약도 주춤했다. 2005년 LA 다저스 1루수 최희섭이 미네소타 트윈스 브래드 래드키로부터 한 경기 3홈런을 터뜨린 게 해외파 활약의 거의 마지막 불꽃을 터뜨린 때다.

이후의 해외파 기사들을 보면 거의 스프링캠프용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나 전망할 수 있는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이미 박찬호와 김병현의 전성기는 지난 뒤였다. 이후 등장한 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트레이드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추신수다. 추신수는 올해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가세하기 전까지 홀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지켰다. 고군분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국내 프로야구가 2008년 북경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이후 활황세를 보여 추신수의 임팩트는 사실 적었다. 국내에서 기사도 크게 다루지 않았다. 더구나 클리블랜드가 ‘리빌딩 팀’이 되면서 주목도 받지 못해 이래저래 추신수의 활약은 뒷전이었다.

2013년이 되면서 확 달라졌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7년을 에이스로 활약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무대 진출로 해외파의 부흥기나 다름없다. 비록 선수는 추신수와 류현진 단 2명에 그치고 있지만 미국 언론이 주목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어 ‘양보다 질’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 선수는 크게 기대할 재목감이 없다. 추신수, 류현진 두 선수가 동시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LA 다저스가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에 머물러 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갖고 있다. ‘야구는 누구도 모른다(You never know baseball.)’

추신수에게 오프시즌 트레이드는 행운이었다. NBA 챔프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가 “우승을 하려면 운도 따라 줘야 한다”며 6차전 막판 2개의 오펜시브 리바운드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프리드로우 실수를 지적한 바 있다. 샌안토니오는 6차전에서 4승2패로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팀 던컨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판단미스 등이 겹쳐 우승을 놓쳤다. 클리블랜드 시절보다 현 신시내티에서 훨씬 더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챔피언 신시내티 레즈는 출루율이 높은 톱타자가 절실했다. 월트 조케티 단장은 인터리그와 시범경기에서 선구안이 뛰어나고 타격의 정확도, 발 빠르고 파워까지 갖춘 추신수를 눈여겨봤다.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의 굿이어 볼 파크를 함께 사용한다. 올시즌 신시내티-클리블랜드는 5차례나 시범경기에서 맞붙었다.

모든 운동선수는 경쟁력을 갖추고 우승 가능한 팀에서 활동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야구의 경우 지난 해 한 팀이 늘었지만 30개 팀 가운데 10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20개 팀은 아무리 잘해도 TV로 포스트시즌을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된다. NBA는 30개 팀에서 16개 팀이 진출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추신수는 6월들어 타격이 주춤하면서 28일(한국시간) 현재 타율이 0.269까지 떨어졌다. 현재로서는 올스타게임 발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4,5월에 워낙 인상적인 게임을 펼쳤던 터라 일시적인 슬럼프다. 능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다. 관건은 7월17일 올스타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전반기에 최소한 0.280대 이상의 타율을 유지하느냐 여부다. 현재 타율이 떨어지고 있으나 추신수는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이저리그의 톱클래스급 톱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전성기 때 이치로 스즈키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날 현재 추신수는 타율 0.269 홈런 11 타점 25 득점 52 볼넷 54 삼진 75 도루 8개 출루율 0.419 장타율 0.456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만한 톱타자로 뿐 아니라 이 정도의 외야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슈퍼스타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톱타자의 중요한 잣대인 득점 외야수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5위다. 출루율은 결과가 아니다.

추신수의 동료인 1루수 조이 보토는 MVP를 수상한 슬러거이고, 명예의 전당 타입 선수다. 이런 선수는 손가락안에 꼽힌다. LA 다저스 안드레 이티어(31)도 예전에는 클러치히터의 대명사였다. 이티어는 2009년 한 시즌에 6개의 끝내기 안타에 한 시즌 타이기록인 4개의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던 클러치히터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도중 5년 8500만달러 계약을 맺은 뒤 이유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해 다저스 부진 가운데 하나는 이티어의 적시타 불발도 크다. 당장 추신수와 이티어를 비교하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추신수의 최근 부진은 좌완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약점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추신수는 애초부터 좌타자로서 좌완 공략을 잘 대처한 타자는 아니다. 평균치였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3년 동안 좌완 타율은 0.239였고, 우완 상대는 0.308이었다. 그러나 올해 극심하게 약점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또 다를 수 있다. 모든 기록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추신수가 좌완에게 높은 타율을 기대하는 것은 보너스다. 그랬다면 톱타자가 아니고 3번타자를 맡아야 한다.

추신수의 올시즌 놀라운 활약은 프리에이전트를 앞둔 동기부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대표 팀들이 WBC에서 우승할 수 있는 방법은 FA로 풀어주면 된다. 쿠바 선수들에게는 망명을 허용하면 된다. 한국 대표 선수들이 올 WBC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이유 가운데 하나도 군면제라는 당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야구계에 종사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추신수가 WBC 대표팀에 빠진 것도 이미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군면제를 받아서다.

추신수는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온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당연히 FA 시장에서 몸값을 테스트한다. 수순이다. 신시내티 레즈와 장기계약설은 쏙 들어갔다. 예전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티브 김은 “앞으로 어떤 선수도 박찬호를 능가할 선수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며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에 대한 프리미엄을 크게 평가한 적이 있다. 실제 그가 2001년 겨울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 연봉계약을 맺었을 때 그를 능가할 선수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한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추신수가 이미 박찬호의 한국인 최고의 연봉액을 뛰어 넘을 태세를 마치고 있다. 부상없이 플레이오프에서 진정한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LA 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추신수 ⓒ 게티이미지 코리아]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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