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박인비(KB금융그룹)가 메이저대회 2승을 올리며 대망의 세계최초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박인비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미국 뉴욕주 피츠퍼트 로커스트힐 골프장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마지막날 경기에서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을 거머쥐며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박인비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두 차례 열린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모조리 들어올리며 세계랭킹 1위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시즌 들어서만 벌써 4승째를 기록하는 무서운 페이스다.
이로써 그랜드슬램(한 시즌 4개 메이저 대회 모두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틀어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에 한 발 다가서게 된 박인비는 8월에 개최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한국 선수 가운데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된다.
미국여자골프투어(LPGA) 사상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모두 6명으로 1957년 루이스 석스가 최초로 달성했고, 1962년 미키 라이트가 두 번째로 달성한 데 이어 24년 만인 1986년에 팻 브래들리가 세 번째로 역사를 이은 바 있다.
이후에는 줄리 잉스터(1999년), 케리 웹(2001), 애니카 소렌스탐(2003) 등 박세리와 동반 라운딩을 펼쳤던 선수들이 차례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만 이후 대기록의 주인공은 10년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3시즌 들어 절정의 샷 감각을 뽐내고 있는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이어 세계최초로 그랜드슬램에도 함께 도전하고 있다. 현재 절반을 이뤄낸 박인비는 이번 달 27일부터 열리는 US오픈과 앞서 거론한 8월의 브리티시 오픈에서 모두 우승한다면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처음으로 달성하게 된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만일 박인비가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면 진정한 골프여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다음은 오늘 경기를 마친 박인비와의 일문일답.
- 2013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만 2승을 달성했다. 소감은.
“오늘은 42.195km의 마라톤을 완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 너무나 긴 하루였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생각대로 경기도 풀리지 않았다. 이런 환경을 이겨내고 우승을 했다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었고 너무나 뿌듯하고 기쁘다. 메이저 대회는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하고 싶은 대회일 것이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에 우승을 해 정말 기쁘다. 한국에서 밤잠을 설치면서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이번 대회는 KB금융그룹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우승을 한 대회여서 함께 응원을 해주신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들께도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
- 연장 3번째 홀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4라운드 16번 홀과 18번 홀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 두 홀 중에 한 홀만 파를 기록했다면 연장까지 진행이 안됐겠지만, 골프경기는 장갑을 벗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기에 연장전에서 우승을 한 것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스윙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마인드 컨트롤을 다시 했다. 스윙에 대한 복잡한 생각 보단 내 자신을 믿고 스윙을 하자고 마음 먹고 연장전에 임했다.”
- 올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벌써 4승을 기록했다.
“정말 행복하다. 많은 팬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해외에서도 한국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골프 선수들의 목표는 우승이고, 더 큰 바램은 메이저 대회의 우승일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차근차근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린다.”
- 노스 텍사스 슛아웃 대회 이후 부진했던 원인은 어떤 점이었나. 오늘은 그런 부분이 극복됐다고 생각하는지.
“골프라는 운동이 매번 잘 치기는 힘들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점은 공감하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비스코 대회 이후 부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번 바하마 대회때도 샷 감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린이 너무 힘들어 퍼팅이 다소 부진했다. 지난번 대회는 경기가 축소되면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 이제 다음 목표는 지난 번 귀국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그랜드슬램 달성일 것 같다.
“골프선수로서 갖는 목표 중 하나가 그랜드슬램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골프라는 운동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욕심을 내지 않고 샷 하나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 앞으로 일정은?
“다음 주에는 대회가 없다. LPGA에서 친하게 지내는 최나연 프로의 플로리다 집에 가서 함께 훈련도 하고 쉬면서 지낼 계획이다. 6월 넷째 주에 열리는 월마트 대회를 준비할 생각이다.”
- 오늘 소개할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이번 대회에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연장 3번째 홀의 마지막 퍼팅 때 버디를 하지 않아도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버디를 했다. 5~6m정도가 남은 내리막 퍼팅이었다. 항상 내리막 퍼팅에 공이 놓이면 절대 넣겠다고 치지 않고 가깝게 붙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퍼팅을 한다. 그런데 붙이려고 하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꼭 넣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을 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점이 골프와 인생의 비슷한 점인 것 같다.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골프경기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 같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박인비 ⓒ 던롭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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