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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to Beijing - Korea Woman Volleyball Team(상)

기사입력 2007.09.07 10:39 / 기사수정 2007.09.07 10:3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Sad but True' 슬프지만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처해있는 사실을 간과해야 더 나은 앞날에 진정으로 다가설 수 있다.

지난 4월 말 일본 오사카 부립 체육관에서 열린 '2007 한-일 V-리그 탑 매치' 여자부. V-리그 2연패 팀 천안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와 일본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히사마츠 스프링스와의 마지막 대결을 끝으로 양국 여자 배구에 대한 평가가 준엄하게 엇갈렸다,

한국의 대표로 나선 흥국생명과 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는 일본에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귀환했다. 특히, 흥국생명은 4월 29일 히사마츠와의 대결에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졸전을 펼치다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필자는 공인구 적응과 훈련이 부족했다는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의 이야기로 위안을 삼으려 했다. 그러나 솔직히 그와 같은 부차적인 문제로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내려진 결론을 흐리게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히사마츠와의 1, 2세트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따져보면 프로팀과 고교 팀과의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던 게 사실.

그와 같은 보기에도 안쓰러운 경기를 보여주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우리 바깥이 아닌 '안'을 토대로 면밀히 해부하려고 한다.

한국 여자배구는 90년대 일본을 능가했던 것은 물론, 빼어난 조직력과 끈질긴 수비로 이루어진 협력 플레이를 자랑했다. 그러나 현재 그와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과 태국에도 밀리는 듯 여겨지는 세터 포지션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자. 거기에서 현재 한국 여자배구에서 왜 거품이 그렇게도 많은지, 그 원인과 결과는 물론 해결과정까지 모두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려했던 현실은 이미 예고된 것.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배구계에는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 전체를 관철하는 통찰력, 그 체계적인 통찰력이 부족했다.  그저 순간적으로 기름이나 부어서 단시간만 활활 불을 지피게 하는 근시안적인 행정력과 지도력은 현재의 결과를 낳았고 뿌린 것만큼 수확한다는 진리는 지금 한국 여자배구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러시아와 이탈리아를 연파하고 세터 김사니와 센터 정대영, 그리고 리베로 남지연 등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리던 2004 아테네올림픽 예선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모습으로 변했을까? 배구 팬들이라면 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전부터 점점 얇아져 가던 선수층이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김철용 전 국가대표 감독의 '속성 과외'와 선수들의 정신력 재무장, 노장 트리오 강혜미, 구민정, 장소연 등의 국가대표 소집으로 단기적인 대표팀의 능력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두 걸음 앞을 내다본 전체를 생각하는 안목과 행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아테네 올림픽을 목표로 짜인 대표팀은 짧은 수명을 마치고는 한 줌의 연기로 소화되었다. 거기에 이 팀이 지녔던 장점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이 없었던 것이 우리 여자배구판의 현주소였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나가는 안목이 그 팀의 미래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 부랴부랴 마련한 순간적인 방침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후, 그 위업에 만족하며 미래를 위한 유망주 발굴과 차기 대표팀의 모습에 등한시했던 안이함은 냉정한 세속의 심판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김연경(사진)과 황연주(이상 흥국생명) 등의 유망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전 8연패와 아시아 대회에서도 겨우 4강에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지난해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태국에 패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보여준 결과는 비단 누구 하나를 놓고 책임을 물리기엔 형평성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일본은 현마다 수많은 중, 고교 팀을 갖추고 그 자원들을 유용하게 활용해 성인 배구와 접목시켜 유망한 선수들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선수들은 관리 하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체력 관리와 기량 향상에 매달린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들의 합리적인 체계가 그 토대를 마련했기에 지금 일본이 '강자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올 시즌 한-일 탑매치에서 30대 중반까지 선수로 활약하는 일본 여자선수들의 모습을 부럽게 지켜봤다. 논리적으로 따져봤을 때, 그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도자들의 합리적인 선수관리 시스템과 선수들과 적절한 의논을 거쳐 이루어지는 관리체계는 선수들의 생명력을 늘려준다. 또한, 산전수전 겪어 본 노장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코트에서 승리할 수 있는 뱀 같은 지혜와 부상이란 이름의 지뢰를 피해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랠리 상황에서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게 되어 체력소모가 크다. 긴 랠리에도 일본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한국을 압도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위에 언급된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것만이 결코 좋을 것이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게 된 셈.

일방적인 코칭스태프의 방침에 눈물겹게 따라오다가 자기관리에 실패하고, 배구 선수의 삶이 아닌 새로운 삶을 찾는데 염두를 둘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이 한국 배구계의 현실이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충분히 코칭스태프와 함께 노력한다면 재기의 여지가 보이는 선수들조차 팀의 눈엣가시가 되어 은퇴를 택하는 사례다. 흥국생명 입단 이후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한 김연경과 황연주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탑매치를 마친 후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특히 김연경은 프로 입문 두 시즌 동안 무릎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유망주들의 영입에 몰두한 이후 그들에게 초점을 맞춰 운동능력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다 과부하를 일으키는 근시안적인 안목. 이는 결국 코트에서 뛰기를 희망하는 선수 자원의 고갈과 노장들의 존재를 희귀하게 만드는 한 근본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이 매우 적은 팀과 선수들로 이루어진 체제로 몇 곱절은 넘는 선수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과 경쟁한다는 자체가 일단 무리다. 이 악조건을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간 선수관리 시스템과 행정체계, 넓은 시야가 부족했던 지도력 등은 끝내 참담한 현실로 밀려왔다.

한국 여자 배구 역사상 가장 잠재력 넘치는 선수로 평가받은 김연경이 활약하는 현재, 이리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성인배구가 탄탄대로를 걸어가려면 당연히 그 발판이 되어야 할 유망주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필수적인 부문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 채 그저 중요한 대회가 코앞에 닥치면 부랴부랴 수습해서 대충 성적이나 내보려는, 마치 '몰아치기 공부하는 수험생'의 모습과 같았다.

이 과정을 그동안 계속해서 답습한 것이 바로 한국 여자배구계의 현실이다. 그 시험의 결과가 꾸준히 잘 나올 수 있겠는가.

현재의 여자배구는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한 상태. 김호철 감독의 선진적인 안목으로 일순간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자배구의 경우도 안심할 순 없다. 유망주 발굴과 중·고교 및 대학 배구의 경기력 활성화, 그리고 신생팀 창단 등 여러 숙원 사업이 물 밀려가듯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여자배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지난 시즌 찾아온 배구 부활의 기회를 기폭제로 삼아 배구계의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동시에 현역선수들이 터무니없이 조기 은퇴하지 않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그저 나무 몇 그루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숲 전체를 넓게 보며 청명하고 드넓은 숲을 만들어야 한다. 울창한 숲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절실하게 느끼고 실천해줬으면 한다.

<사진=두 시즌 동안 두 번의 무릎 수술을 받은 흥국생명의 주포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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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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