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덕중, 조용운 기자] 이변은 없었다.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무대는 독일 클럽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대결로 압축됐다. 바이에른은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린다. 지난 시즌 안방에서 첼시(잉글랜드)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던 아픔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분데스리가 라이벌 도르트문트는 1997년 우승 이후 16년 만에 '왕의 귀환'을 노린다.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천적'이라는 별칭도 얻은 만큼 올시즌 UCL 결승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대망의 결승전은 오는 26일 영국 런던의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영국 축구협회(FA) 1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결승전에서 독일의 두 거함이 어떤 경기력을 드러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흥미로운 의견이 제기됐다. 유럽 챔피언이 누가 되든, 올시즌 UCL은 사실상 끝났다는 주장이다.
챔피언의 자격 - 바이에른 뮌헨
바이에른은 지난 달 24일 뮌헨의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대회 4강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현지 언론은 영원한 강자가 없듯 화려했던 바르셀로나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결론을 지었다. 지난 2008-09시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며 '크루이프니즘'을 극단적으로 활용한 점유율 축구가 바이에른전 패배로 막을 내렸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에 앞선 것은 그들이 자랑하는 패스와 점유율 뿐이었다. 669개의 패스와 63%의 볼 점유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바이에른의 압박에 전전긍긍하다 실속 없는 볼 돌리기에 급급할 따름이었다. 리오넬 메시를 활용한 '폴스나인(False Nine)' 전술도 피지컬 좋은 바이에른 수비진이 2, 3선의 간격을 좁히면서, 페널티박스 주변의 공간을 줄이는 방식의 수비를 펼치자 어렵지 않게 무력화됐다.
바이에른은 2일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 2차전에서도 3-0 승리를 거뒀다. 바르셀로나가 승리에 대한 큰 열망을 보였기 때문에 2차전 결과 또한 뜻밖이었고 충격적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메시를 벤치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다비드 비야 등과 함께 공격 선봉에 섰고 변형 스리백을 구성해 수비진에 변화를 줬다. 이 두가지 변화는 바이에른에 의해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강한 압박과 타이트한 수비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원천 봉쇄했다. 바이에른은 1차전서 맹활약했던 단테 봄핌까지 선발에서 제외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화려함의 극치로 축구의 패러다임까지 바꿨던 바르셀로나는 이렇게 무너졌다. 1,2차전 합계 7-0 승리. 바이에른의 챔피언 자격은 충분하다.
챔피언의 자격 - 도르트문트
도르트문트는 지난 달 25일 홈구장인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4-1로 꺾었다. 시종일관 속도 전쟁이 펼쳐졌고 그 위력은 도르트문트가 더 강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세계 최고의 돌격대장을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도 전원이 저돌성을 지닌 도르트문트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역습의 출발은 압박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일카이 귄도간과 스벤 벤더가 완벽하게 포백 보호를 해준 뒤 마리오 괴체와 마르코 로이스, 야쿱 블라시치코프스키의 2선이 공수에 걸쳐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압도했다. 이들은 상대의 강점이라 평가되던 측면을 싸움터로 정했고 여기서 승리한 도르트문트의 꿀벌들은 4-1 승리라는 예상 밖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차전에서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으나, 오히려 바르셀로나보다도 결승행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도 사심이 담긴 '3-0 승리'의 기사를 전할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그 너머에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이름값과 이러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과거의 기적같은 승리, 또 역사적 장소인 베르나베우 홈경기라는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베르나베우의 90분은 길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간절했던 바람은 도르트문트에 의해 또 다시 좌초됐다. 도르트문트는 90분 중 80분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전반 15분 동안 곤살로 이과인, 호날두, 메수트 외질 등 3차례 골키퍼와 맞선 일대일 위기를 모조리 넘겼다. 종료 직전 2실점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1,2차전 합계 4-3 승리. 레알 마드리드의 화려한 명성과 과거의 기적마저 뛰어넘은 도르트문트. 챔피언의 자격이 충분하다.
분데스리가 부활의 의미
올시즌 결승전이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의 대결로 확정되면서 독일 분데스리가는 통산 7번째 UCL 우승팀을 배출하게 됐다. 지난 2000-01시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바이에른이 '빅 이어(UCL 우승컵)'를 들어올린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오래 걸렸다. 그동안 UCL 상위권은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클럽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설명했듯, 바이에른이나 도르트문트나 올시즌 UCL 우승팀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스페인 두 팀의 결승전에 대한 상상과 기대감이, 되려 '순진했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독일 클럽의 경기력은 뛰어났으며 그 과정과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올시즌 UCL은 끝났다'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무산된 '엘 클라시코' 결승전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도 없다. 흠집 하나 없이 완벽하게 부활한 분데스리가가 있기에, 독일 클럽의 우승이 확정된 올시즌 UCL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자본의 논리가 축구를 지배하기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 분데스리가의 강력함은 서서히 퇴색하는 것처럼 보였다. 산업화된 현대축구 속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선수 몸값을 따라잡으려, 재정 악화까지 불사했던 여타 명문 클럽들과는 달리 내실을 기했다. 또 미래를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리그의 상품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았고 경기력 또한 유지했다는 점은 보기에 따라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실제 분데스리가의 관중 점유율과 리그 운영 및 마케팅 방법 등은 K리그를 비롯한 여타 리그의 모델이 되고 있다. 축구 클럽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TV 중계권료는 더욱 주목할 만 하다. 조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리그 연기까지 별 고민없이 결정해버리는 구단 이기주의를 벗어나 고른 분배를 통해 리그 전체의 안정을 꾀하는 분데스리가식 경영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의 분데스리가에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선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 선수의 경우에는 수십명이 분데스리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데 이 또한 여타 유럽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J리그와 분데스리가를 잇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있었지만 그들이 온전히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시아 선수를 차별하지 않는 분데스리가적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나 스페인 클럽들이 아시아 투어에 열을 올리는 동안 독일 클럽은 아시아 축구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아직까지 그 마케팅이 미비했을진 몰라도 향후 엄청난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돌아왔다. 최근 유럽축구의 정점에 섰던 스페인, 잉글랜드와는 그 성격부터가 다르다. 오는 26일 뉴 웸블리에서 열리는 UCL 결승전에서 분데스리가 전성시대를 알리는 화려한 막이 오른다.
김덕중, 조용운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뮌헨과 도르트문트 ⓒ 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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