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손연재(19, 연세대)의 행보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동안 리듬체조는 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최강국'인 러시아의 독주는 장시간동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등 국가들은 '절대 강자'인 러시아에 도전하고 있다.
서유럽과 남유럽 그리고 북미 선수들조차 상위권 진입에 힘겨워하는 것이 리듬체조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극동 아시아 선수들의 상위권 진입은 더욱 어려워졌다. 일본은 리듬체조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인재 양성에 나섰다. 해마다 이온컵이라는 국제대회를 개최하면서 국가경쟁력을 다졌지만 현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선수층은 훨씬 열악하다. 리듬체조 변방국이었던 한국에서 손연재(19, 연세대)와 같은 인재가 등장한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녀가 현역 극동 선수로는 가장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리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손연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시리즈 페사로 대회 리본 종목 결선에 출전해 17.483점을 받으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동안 종목별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해온 손연재는 마침내 한 단계 도약했다.
한국 리듬체조 선수가 FIG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본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결과는 값지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종목별 결선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선 진출자 8명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 종목의 합산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종합은 더더욱 힘들다. 후프와 볼, 그리고 곤봉과 리본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아야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손연재는 어린 시절부터 네 종목을 고르게 잘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곤봉에서 약하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지난해 열린 2012 런던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그녀가 메달 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이유는 곤봉의 실수 때문이었다. 또한 이달 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는 곤봉에서 나온 큰 실수 때문에 개인종합 상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종합 곤봉에서 17.600점을 기록해 시즌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곤봉 징크스'를 극복해냈지만 그동안 강세를 보인 후프에서 16.650점에 머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볼 경기에서는 음악이 끊기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손연재는 대회 운영진의 기술적인 문제로 음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를 펼쳤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모두 끝난 뒤 재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지만 체력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
후프의 부진과 볼의 불운은 손연재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리본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정신력은 대단했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실망'대신 '자신감'을 얻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다음 달 초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소피아 월드컵' 개인종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손연재는 올해 8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개인종합 상위권에 진입하면 세계선수권 준비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5월 3일부터 6일까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회에 출전할 예정인 손연재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5월10일 이전 입국할 예정이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손연재 (C) IB스포츠 제공,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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