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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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2004년 12월 '독일전 한 방' 떠올려라

기사입력 2007.12.05 17:54 / 기사수정 2007.12.05 17:54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이동국, 더 높이 비상하라'

축구는 매번 공격수가 골을 터뜨리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나 축구팬과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잊으며 비아냥거리는 질타까지 섞어가며 골 못넣는 공격수의 기를 죽이기도 한다. 공격수가 이러한 비판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골. 특히 결정적인 '한 방'으로 상대팀 골 그물을 흔들면 공격수로서는 평소 느끼지 못했던 큰 기쁨과 영광, 보람이 교차되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내년 1월 미들즈브러 방출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사자왕' 이동국(28). 그의 진로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많은 축구팬들은 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특유의 한 방을 터뜨리기를 여전히 학수고대 중이다. 그는 2000년 아시안컵 이후 고비때마다 터뜨리는 한 방으로 팀 승리를 이끈 해결사 기질이 돋보였던 킬러였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낸 1년 동안 아직까지 득점 포인트 조차 올리지 못해 유력한 방출 후보로 떠올랐다.

이동국에게 있어 이번 12월은 자신의 소속팀 잔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이동국의 미들즈브러는 12월에 빡빡한 스케줄을 자랑하는 복싱 데이와 칼링컵을 소화해야 하며 출전 기회가 최소 이번 달까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공격수 부진으로 어려움에 빠진 미들즈브러가 강등권에 놓인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이동국은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을 맞이했다.

절묘하게도 12월은 이동국이 멋진 터닝 발리슛으로 한 방을 꽂은, 축구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방을 터뜨렸던 의미깊은 달이다. 그는 3년전인 2004년 12월 19일 독일과의 A매치에서 그림같은 오른발 발리슛을 성공시키며 골잡이로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당시 독일을 3-1로 완파한 여운은 한국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통쾌한 명승부를 연출했고 이동국은 이 경기에서 시원한 결승골 한 방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터닝 발리슛은 세계적인 공격수들 조차 하기 힘든 그해 한국 축구 최고의 골 중 하나였다. 그의 골 장면을 지켜봤던 한 독일 축구 기자는 "이동국의 골은 네덜란드 특급 골잡이 마르코 판 바스텐이 1988년 유럽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터뜨린 골과 비견된다"고 극찬했을 정도.

당시 이동국은 본프레레호의 중심 골잡이로서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고도 저조한 움직임과 소극적인 공격 기회 창출로 팬과 언론의 거센 질타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독일전 한 방을 통해 지난 90년대 말 이후 자신에게 따라다녔던 모든 비난들을 잠재우며 한국 대표 골잡이로 거듭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독일전 골에 자신감을 받으며 2005년 2월 쿠웨이트와의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멋진 한 방을 꽂으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렇듯, 이동국은 물이 오르면 종잡을 수 없는 상승곡선을 타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골망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을 날렸던 공격수였다. 비록 지금은 깊은 부진에 빠져있지만 소속팀 잔류를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 수 밖에 없다. 그가 미들즈브러에서 실패하면 다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의 입지와 잉글랜드 진출을 희망하는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한때 한국 정상급 공격수로서 맹위를 떨쳤던 기력을 되찾아야만 한다.

이동국에게 있어 오는 12월은 소속팀 잔류를 가늠하는 운명의 시기다. 다행히 지난 1일 레딩전에서 70분 동안 좋은 경기 내용으로 평점 7점(스카이 스포츠)을 부여받아 앞으로의 경기에서 선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오는 9일 아스날전 출전이 유력해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미들즈브러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왔던 이동국은 자신이 온갖 산전수전 다 겪으며 고통을 넉넉히 이겨냈던 때를 떠올려야 한다. 결정적인 고비때마다 특유의 한 방을 날리며 맹위를 떨쳤던 지난날을 말하는 것. 자신의 부활 조짐을 엿보이게 할 수 있는 과감한 골을 터뜨리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미들즈브러의 마음을 이번달 안으로 사로잡아야만 소속팀 잔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진=이동국 (C) 엑스포츠뉴스 장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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