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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차분히 적응하고 한 단계 진화하라

기사입력 2007.11.28 15:54 / 기사수정 2007.11.28 15:54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유럽에서의 성공,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미꾸라지' 이천수(26, 페예노르트)가 심한 감기 몸살에 향수병까지 겹쳐 구단에 2주 휴가를 요청하고 28일 오후 귀국한다. 지난 26일 팀 미팅에서 베르트 판 말베이크 감독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천수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 묻자 그가 한국에서의 휴가를 요청해 혼쾌히 허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수의 귀국에 대한 한국 여론의 시각은 부정적. 지난달 21일 엑셀시오르전서 데뷔한 후 지난 11일 라이벌 아약스전 첫 선발 출전까지 팀 입지를 넓혀왔던 터라 이번 귀국이 그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축구전문지 풋볼인터내셔널은 27일 "이천수는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와 누만시아 시절에도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순탄치 않은 현지 적응을 그의 약점으로 꼬집었다.

한국을 비롯 아시아의 축구 선수들에게 있어 더 큰 명예와 부를 쌓을 선망의 대상은 유럽이었다. 그러나 유럽에 진출한(또는 진출했거나) 아시아 선수들 중에는 낯선 기후와 험한 플레이 스타일, 그 외의 예상치 못한 불안요소에 못이겨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데 실패했다. 이동국이 미들즈브러에서 끝내 적응 실패해 방출이 기정 사실화 되듯, 유럽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이미 스페인에서 실패의 쓴맛을 맛본 이천수에게 네덜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위한 마지막 도전장이나 다름없다. 그는 아시아 정상급 윙 포워드의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과거의 실패 때문에 유럽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꼬리표가 늘 따라 붙었다. 페예노르트에서 힘든 적응기를 보내는 이천수의 마음은 이미 한 번의 실패 때문에 더욱 답답하고 심란했을지 모른다.

물론 말베이크 감독의 완전한 눈도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향수병으로 팀 전력에서 벗어남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할 기회가 없는게 아닌지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우여곡절 끝에 유럽 진출에 성공했지만 비자문제로 팀에 늦게 합류했고 종종 2군 경기에 나서는 등 적응 과정이 들쑥날쑥해 정신적인 심적 부담을 겪어 향수병에 걸렸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제기될 정도다.

최근에는 이천수의 포지션 경쟁자 안드빌레 슬로리가 부상을 털고 복귀하면서 주전 경쟁이라는 새로운 부담감을 얻게 됐다. 팀 내 입지를 끌어올리려는 중요한 시점에서 컨디션 난조와 향수병으로 2주 동안 휴가를 보내고 있으니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이천수의 심정이 마냥 편안할까?

그러나 유럽 진출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초조함은 당연히 존재한다. 특히 박지성은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입단 초기에 거듭되는 부상과 부진으로 현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는 순탄치 않은 적응기를 보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와 의지로 맞서 싸운 끝에 낯선 유럽땅에서 완벽히 적응하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출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거두며 EPL 진출을 꿈꾸는 이천수에게 좋은 본보기를 심어줬다.

의지가 약한 선수들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유럽 무대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유럽에서의 성공을 축구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이천수는 축구에만 집중하는 근면성실을 통해 당당히 한국 축구의 한 축으로 발전했다. 아무리 유럽팀이라 할지라도 노력하는 선수를 외면하는 팀은 없어 이천수가 적응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발휘하면 페예노르트에서의 성공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축구팬들이 이천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네덜란드리그 성공을 발판으로 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아니다. 평소에 경기했던 것처럼 자신의 몸을 던지며 활발하고 투지 넘치는 경기력을 바탕으로 까칠하기로 소문난 페예노르트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기를 원할 뿐이다. 더구나 페예노르트 팬들은 이천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Lee'라고 외치며 열렬히 응원해 그들에 대한 첫 인상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천수는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페예노르트에서 겪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앞으로의 적응 향상 방안 등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가 활약하는 곳이 거침없는 자신의 축구관과 너무나 잘 맞는 자유분방한 네덜란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빨리 성공하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냉철하고 차분히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신없이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터라 한국에서 보내는 재충전의 시간을 꿀맛같이 즐기고 돌아가길 바란다. 스페인에서의 실패를 딛고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듯,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의 적응을 성공리에 마쳐 한 단계 더 진화하는 선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이천수 (C) 페예노르트 공식 홈페이지]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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